8일 대한변협은 서울지방변호사(서울변회)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 개혁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변호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정위가 제재대상 기업 등에 대한 조사 또는 심의를 진행할 때 참여 또는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한 직군으로, 공정위와 매우 밀접하다.
조순열 서울변회 부회장은 최근 대한변협이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을 토대로 △공정위 처분 불복소송 3심제 전환 △공정위 조사·처분 및 심의·의결권 분리 △변론권 침해 및 적법절차 보장 △전속고발권(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게 한 제도) 폐지 등을 제안했다.
조 부회장은 “일반적 소송은 3심제 심급으로 제도화돼 있으나 공정위 처분에 대해서는 1심 재판을 받을 기회가 없고 곧바로 서울고법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2심으로 운영중”이라며 “이는 기업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행정법원이 개원한 지 20년이 넘은 만큼 공정거래사건에서의 법관의 노하우·전문성도 충분히 확보됐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일본의 (공정거래사건) 2심제 또한 2013년 3심제로 전환됐고, 미국의 경우 연방항소법원에 제소하는 2심제는 연방거래위원회의 중지 명령 정도”라고 주장했다. 또 영국은 법관이 주재하는 독립적 행정심판이 1심 기능을 하고 있어 공정위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은 공정위 조직 내에서 조사·처분과 심의·의결이 동시에 진행되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조 부회장은 “공정위는 조사와 심의가 조직상 분화되어 있지 않아 상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원화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심판관리관을 지낸 유선주 변호사는 “조사를 하는 직원이나 심판(심의)하는 직원이 서로 유사하고, (조사와 심의하는 직원이) 다 식구처럼 지낸다”며 분리 미비 문제를 지적했다.
토론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중대 공정거래법 위반사건도 공정위가 고발권을 행사하지 않아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이다. 이날 영상 등을 통해 축사를 보내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송영길 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등도 전속고발권 폐지에 힘을 실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 등으로 대한변협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심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토론회를 연 것이 적절하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 이날 토론회 패널 중 공정위 입장을 대변할 이는 없었으며, 공정위 출신인 유 변호사는 현재 공정위와 여러 분쟁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