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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연쇄 살인' 못 막은 법무부…"피의자 챙기다 피해자 생겼다"

남궁민관 기자I 2021.08.31 18:10:00

전과 14범, 전자발찌 훼손 전후 여성 2명 연쇄 살해
법무부 재발 방지 약속하면서도 '예산·인력 부족' 탓
"꾸준히 제기된 문제 왜 이제 와서?…해결 노력은 했나"
피의자·수용자 인권 치중 지적…"구체적 탈범죄화가 더 중요" 조언도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교도소에서 가출소한 전과 14범의 50대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이하 전자발찌) 훼손 전후 두 명의 여성을 연쇄 살해하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면서 법무부의 부실한 전자감독제도 운영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법무부는 부실한 운영이 불가피했던 원인으로 예산·인력 부족을 내세웠지만, 법조계에선 피의자 인권 보호라는 치적 쌓기에 급급했던 법무부가 뒤늦게 내놓은 변명에 불과하다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모 씨가 3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마이크를 든 취재진을 향해 발을 차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법무부, 피의자 인권 보호 앞장…피해자 보호엔 예산 부족?

법무부는 사건발생 이틀만인 지난 29일 브리핑을 열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곧바로 사태 진화에 나섰다. 다만 브리핑에 나선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은 “예산과 인력이 좀 확충되면 전자감독 대상자의 준수 사항 위반 사실에 대한 선제적 재범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을 예산·인력 부족 탓으로 돌렸다. 실제로 올해 7월 기준 법무부 전자감독 인력은 281명, 전자감독 대상자는 4847명으로 감독관 1인당 17.3명의 대상자를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예산도 법무부가 희망한 올해 수준(256억6700만 원)을 밑도는 222억1500만 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이 같은 예산·인력 부족 문제는 지난 2008년 제도 시행 이후 끊임없이 제기된 사안이지만 법무부는 그간 별다른 해결 노력 없이 방치해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예산·인력 문제를 근본 원인으로 앞세운 것은 면피를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현 정권 들어 피해자보다 피의자의 인권을 더욱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법무부는 피의자 인권 보호라는 치적 쌓기에만 급급하다 되레 전자감독제도의 부실 운영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최근 피의자 인권을 보호한다며 수십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도입에 혈안이 돼 있다”며 “이는 피의자보다 피해자의 인권이 더 보호 받아야 한다는 국민들의 법 감정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근 법무부가 교정 시설 과밀 수용 해소를 위해 가석방을 확대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자감독제도에 적절한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마당에 수용자들의 인권 확보를 위해 가석방을 확대하다 보니 업무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최근 전자 감독 대상자 수가 확 늘었다. 가석방 대상자에 대해서도 전자감독을 일부 시행하면서 기존 보호관찰관 인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고 꼬집었다.

◇“인력 쏟아 감시보단 탈범죄화가 더 중요”

법조계는 이에 따라 법무부가 예산·인력 부족 문제를 내세울 게 아니라, 각 전자감독 대상자들에 대한 정확한 재범 가능성을 평가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관리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 씨는 만 17세때 처음 특수절도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이후 강도강간, 절도 등을 저지른 전과 14범이었다는 점에서 재범 가능성은 매우 높았지만, 특별한 관리는 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자발찌를 훼손하기 직전 야간 외출 제한 명령을 위반하는 이상 징후를 보였는데도 당시 출동한 법무부 직원들은 대면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해 사건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재범 방지 측면에서 대상자를 직접 만나 고민 상담을 하는 등 탈범죄화를 이끄는 일이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사실상 전자발찌만 채워 놓고 방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인력 등 문제는 경찰 등 지역사회 참여를 활발히 연계해 보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보호관찰 심사 기준부터 구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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