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제프 베이조스의 ‘뉴셰퍼드’ 우주비행에 명예승객으로 동행
1960년대 NASA 혹독한 훈련 거쳤지만…여성은 모두 우주비행사 탈락
평생 항공 분야 일하며 우주 꿈꿔…버진 갤러틱 승객 명단에도 이름 올려
역대 최고령 우주여행자…“아무도 해보지 못한 일을 하는게 좋다”
| 아마존과 블루 오리진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제프 베이조스와 월리 펑크(82, 오른쪽)의 모습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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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채윤 인턴기자]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시험을 1등으로 통과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탈락했던 월리 펑크(82)가 마침내 우주비행에 오른다. 그는 20일(현지시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한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의 우주관광 로켓 ‘뉴 셰퍼드’의 우주여행에 명예 승객으로 동행한다. 뉴 셰퍼드는 약 11분간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로 여겨지는 ‘카르만 라인’(고도 100km)을 넘어 약 106km 고도까지 올라갔다가 돌아올 예정이다. 우주비행의 꿈을 60년 만에 이루는 셈이다.
펑크는 1960년대 미국 최초 유인 우주비행 계획인 ‘머큐리 프로젝트’에 따라 엄격한 신체 시험을 통과하고 혹독한 비행 훈련을 견뎌낸 여성 파일럿 13명 가운데 한 명이다. 당시 21세로 최연소 단원이었던 펑크는 테스트에 참가한 모든 남녀를 통틀어 1등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13명의 여성들은 모두 우주에 가지 못했으며, NASA 우주비행단에조차 들지 못했다. 당시 NASA엔 우주비행단은 전투기 조종 경력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공군 전투기 조종사는 남성에게만 허락된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남성만 7명 뽑혀 ‘머큐리 세븐’(Mercury 7)이 됐다.
펑크는 당시 탈락 소식을 듣고 “나는 젊었고, 다음 기회가 분명 올 거라고 믿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수년에 걸쳐 NASA에 우주 비행사로 네 차례 지원했으나 매번 공학 학위를 이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 월리 펑크의 젊은 시절 모습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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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한 여성 13명은 이후 ‘머큐리 서틴’(Mercury 13)으로 불리며 의회 입법 로비에 나섰고, 몇몇은 항공기 조종사 등으로 진출했다. 펑크도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최초의 여성 항공 안전 조사관, 미국 연방항공청(FAA) 최초의 여성 안전 검사관으로 경력을 쌓고 약 1만9600시간의 비행시간을 기록하며 평생을 항공 분야에 종사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펑크는 우주 탐사 기업인 ‘버진갤럭틱’의 우주선 좌석을 위해 20만달러(약 2억2700만원)를 지불해 예약하는 등 우주에 대한 동경을 멈추지 않았다.
펑크가 ‘머큐리 프로젝트’에서 탈락한 지 20년이 흐른 뒤 NASA의 남성 우주비행사 규정은 폐지됐고, 1983년에는 미국 첫 여성 우주비행사가 탄생했다. 탈락한 여성 13명의 이야기는 지난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머큐리 13’(Mercury 13)으로도 제작됐다.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가 발사되면 ‘머큐리 13’의 최연소 단원이었던 그는 이제 우주 비행을 떠난 역대 최고령자가 된다. 펑크는 ‘뉴 셰퍼드’의 명예 승객으로 발탁된 지난 1일 이같이 말했다.
“사람들은 ‘넌 여자잖아. 그거 못해’라고 말했지만, 난 ‘뭐든 상관없어. 그걸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라고 했다. 난 아무도 해보지 못한 일을 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