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兆단위 혈세 들인 DPF 부착 사업…감사원 "불합리하다"

정다슬 기자I 2020.09.22 15:47:20

DPF장비·클리닝비 지원하고 환경부담금도 면제
DPF 성능 검사 의무화돼 있지만 처벌조항은 없어
DPF관리 따라 성능 크게 좌우되지만…제대로 된 감독 안 이뤄져

] 5월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송파구, 강남구 일대 하늘에 미세먼지가 드리워져 있다.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표적인 보조금 지원 사업인 배출가스저감장치(DPF) 부착 사업이 불합리하게 추진됐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나왔다. 약 8301억원의 국비가 지원되고 환경개선 부담금 면제, 지방비 지원 등을 따지면 조(兆)단위의 예산이 들어간 대규모 사업이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결과, DPF 부착 이후 성능검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뿐더러 성능검사에서 적합판정을 받고도 매연농도가 90%에 달하는 경유차가 발견되는 등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13년간 51만대 부착

감사원은 22일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대책 추진실태’에서 환경부가 2005년부터 추진한 노후 경유차 51만대에 대한 DPF 부착사업 추진실태를 살펴본 결과, DPF 부착에 따른 효과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DPF 부착사업은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오염물질을 많이 생산하는 노후 경유차의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제작차 배출가스 보증기간이 지난 대기관리권역(서울·인천·경기도 등)에 등록된 특정경유자동차와 DPF를 부착하도록 명령을 받은 특정경유차에 대해 장치비와 필터 클리닝 비용 등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 덕분에 노후 경유차 소유자는 DPF 장치가격의 10~12.5% 수준(37만~103만원)을 부담하거나 생계형 차량의 경우, 자부담금 없이 DPF를 설치할 수 있었다.

DPF 부착차량 소유자는 매연 저감성능검사를 받아 성능이 확인되면 성능보증기간인 3년동안 배출가스 검사를 면제받고 총 3회에 걸쳐 약 45만원의 DPF 필터 클리닝도 유지관리비용으로 지원받는다. 보증기간이 끝난 차량 역시 예산범위에서 DPF 필터 클리닝을 지원받았다.

아울러 DPF 부착 차량은 성능 보증기간동안 배출가스가 현저하게 줄어든다고 인정해 환경개선부담금도 면제해줬다. 이에 따라 DPF 부착 차량 소유자는 연간 30만원에서 159만원의 세금을 절감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같은 파격적인 정책지원에도 불구하고 DPF 부착에 따른 환경개선 효과가 어떠한지 제대로 된 정책 효과를 측정·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DPF를 부착했다는 이유만으로,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받고 운행에도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

먼저 감사원은 대기환경보전법은 DPF 부착 차량의 성능검사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DPF 부착 후 성능검사를 받지 않거나 성능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차량은 배출가스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배출가스 검사 기준은 성능검사 기준보다 대폭 완화돼 DPF의 제대로 된 성능을 확인하기 어렵다.

일례로 배출가스 5등급(2005년식) 경유차의 경우, 배출가스 검사 매연농도기준이 최소 20% 이하, 최대 40% 이하로 성능검사 적합판정 기준(10% 이하)에 비해 2~4배 완화돼 있다. 만약 DPF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더라도 매연검사를 충분히 통과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DPF 부착 초기 성능을 확인하더라도 성능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역시 미심쩍다.

DPF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클리닝을 해야 한다. 만약 일정 주기(10만km)로 클리닝을 하지 않을 경우 DPF가 파손될 수도 있다. 정부가 세금을 써가며 클리닝 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2016년(66%) 대비 2018년 DPF 부착 클리닝 실시율은 78%로 다소 올라왔지만, 여전히 20% 넘는 이가 클리닝 지원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DPF 부착했는데 매연농도 90% 차량도

실제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배출가스 정밀검사 실시 지역에 등록된 DPF 부착 차량 5만 9191대를 살펴본 결과 성능검사를 받지 않거나 성능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이후 재검사를 받지 않은 차량이 전체의 27.8%인 1만 6538대에 달했다.

이중 1만 2406대는 배출가스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20.7%에 해당하는 2569대가 성능검사 적합기준을 초과했다. 이중 935대는 배출가스 정밀검사 배출 허용기준도 초과했다.

DPF 성능검사에서 적합판정을 받은 가운데서도 실제 배출가스 검사를 받았더니 성능이 담보되지 않는 결과도 나왔다. 1549대는 DPF 성능검사에서 적합판정을 받았지만, 자동차 검사자의 착오 등으로 성능보증기간동안 배출가스 검사도 받았다. 그러나 이 중 453대(29.2%)는 성능검사 적합기준을 초과했고 이 중 184대는 배출가스 정밀검사 배출허용 기준도 초과했다.

이와 별개로 감사원은 이번 감사기간 동안 성능검사에서 적합판정을 받아 배출가스 검사를 면제받았으나 자동차 정기감사를 받기 위해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방문한 차량 300대의 매연농도를 점검했다. 그 결과 60대(20%)는 성능검사 적합기준을 초과했고 이중 34대(11.3%)는 배출가스 정밀검사 배출허용기준도 초과했다. 심지어 이 중 5대 차량은 매연농도가 90% 이상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감사원은 “성능검사를 받지 않거나 부적합 판정을 받은 후 재검사를 받지 않은 데 대한 관리대책이 수립되지 않고 있다”며 “DPF 성능 유지 여부와 상관없이 구조변경검사를 승인하고 환경개선부담금 면제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성능검사를 받지 않거나 적합판정을 받지 못한 DPF 부착 차량은 운행제한 면제 혜택을 주지 않거나 지속적으로 불합격하는 차량은 DPF 탈거를 명령하고 보조금을 회수하는 등 관리대책 수립을 주문했다.

환경부는 해당 지적에 공감하며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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