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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50여 차례의 압수수색과 삼성 전·현직 임직원 110여명에 대한 소환 조사 등을 통해 혐의 입증에 주력해 온 검찰은 수사 막바지에 이르러 의혹의 정점인 이 부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이 부회장은 지난달 26일과 29일 비공개로 나와 조사를 받았다. 조서 열람을 포함해 각각 17시간, 17시간 30분가량의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졌다. 이 부회장은 조사 당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무게추가 기소 방침으로 기운 것으로 판단한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이 부회장 측은 “수사가 사실상 종결된 시점에서 검찰이 구성하고 있는 범죄 혐의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국민의 시각에서 수사의 계속 여부 및 기소 여부를 심의해 달라고 심의 신청을 접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 청구를 재가한 것은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하룻만인 3일. 대검 측은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속영장 청구 의견서가 올라와 총장이 재가한 것”이라면서 “의견서가 올라온 날짜 등은 알려줄 수 없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삼성 측의 `마지막 카드`가 되레 악수(惡手)가 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영장청구 등 사법처리 방향을 고심 중이던 검찰의 화를 돋군 셈이란 얘기다.
그러나 삼성 측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는 게 대검 공식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내부 절차상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이미 (영장청구) 방침은 세워진 상태였다”고 선을 그었다.
이 부회장 측의 태도가 검찰의 결심을 앞당겼을 것이란 견해도 만만찮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심의위 소집 카드가 영장청구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도 “장기간 고강도 수사를 이어온 온 검찰로서 영장청구를 하지 않는다면 그에 따르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분식회계 사건 `지류`인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임직원 8명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본류인 혐의로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난센스`란 것이다.
이 변호사는 “영장심사 결과와는 별개로 수사심의위 절차를 진행하는 만큼, 일종의 `출구전략`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