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은 당장 9월 초 출시할 트래버스를 수입차로 자리매김한다. 우선 가격대가 미국 경쟁 모델인 포드 익스플로러 급으로 인정 받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익스플로러 가격대는 5460만~5710만원 정도다. 올해 하반기 풀모델체인지 신형 모델이 나오면 소폭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한국GM은 트래버스가 국산 경쟁 모델인 현대 팰리세이드(4000만원대 초중반)와 가격 경쟁을 하면 승산이 '제로'라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트래버스 가격대도 5000만원대 초중반으로 설정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외제차로 보이고 싶은 쉐보레
한국GM은 2017,8년 지지부진한 판매량으로 철수논란에 휩싸이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후 인수합병 전문가로 불리는 카허 카젬이 새로운 CEO로 임명되면서 이런 논란을 가속 시켰다. 그러나 GM은 철수가 아닌 솎아내기를 택했다. 가장 수익률이 낮던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라인업도 재정비해 새 출발을 암시했다.
그러나 각종 마케팅과 고강도 재편을 단행하고도 좀처럼 쉐보레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작년엔 신차 출시 효과와 프로모션으로 월 1만대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올해는 신차 판매가 부진해 월 판매가 6천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가장 큰 경쟁자인 현대기아 경쟁 모델이 탁월한 패키징과 각종 편의장비로 무장하고 비슷한 가격대에 포진해 있다.
그러면서 한국GM은 미국에서 생산한 쉐보레 모델을 한국에 출시하면서 늘 가격 정책에 실패했다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출시한 중형 SUV 이퀴녹스다. 현대기아 경쟁 모델인 싼타페, 쏘렌토에 비해 편의장치나 내장재는 뒤지면서 가격대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쌌다.
이런 가격 정책의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한국GM은 쉐보레 브랜드를 ‘수입차(외제차)’로 만드는 전략을 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국내 생산차와 경쟁을 할 경우 수입차인 쉐보레는 비쌀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쉐보레가 외제차라는 인식으로 바뀌게 되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로 비춰진다. 아울러 미국에서 동급 브랜드인 포드가 한국에서 수입차로 포장해 비싼 가격을 받는 것도 벤치마킹이 됐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가격 경쟁력이 생기고 확실한 반등을 노려볼 수 있다.
먹튀 논란 쉐보레, 쉽게 극복하기는 어려울 듯
한국GM의 이번 결정으로 쉐보레가 수입차로 인식되면 해외 인기모델의 수입이 더욱 원활해진다. GM이 바라던 ‘수입차’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소비자도 선택권이 넓어지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쉐보레는 이번 결정으로 수입차 브랜드의 입지를 다져 국내 자동차 산업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군산공장 폐쇄와 생산, R&D 법인 분리로 신뢰를 저버린 전력이 있다. 결국 먹튀논란에서 자유로워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GM은 한국수입차협회에 회원등록을 하며 브랜드 이미지의 쇄신과 입지다지기에 나섰다. 결국 쉐보레가 한국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근시안적 안목 보다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에 기여하고 아울러 소비자 편익 향상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브랜드 신뢰를 쌓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