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체육인 병역 혜택 논란…국방부 "개선 필요성 향후 의견수렴"

김관용 기자I 2018.09.03 15:15:11

국제 스포츠 대회, 병역기피 통로 전락 지적
왜 예술·체육 분야만 혜택 주나
대중문화·기능올리픽 분야로 확대 요구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병역 특례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가 일고 있다. 야구대표팀 선수 중 일부가 군 입대를 미루고 대표팀에 합류해 대회가 병역 회피 수단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는가 하면, 예술·체육인에게만 혜택을 주는 현재의 병역특례 제도는 불공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병역 특례 제도 개선 요구에 대해 국방부는 당장은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향후 의견 수렴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병역법은 올림픽 대회 3위 이상 입상자나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에 대해 병역 혜택을 주고 있다. 병무청에 따르면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한국대표팀 선수 중 병역특례 혜택자는 42명이다. 이들의 병역의무는 아예 사라는 것이 아니라 예술·체육 요원에 편입된다. 이에 따라 육군훈련소에 입소해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는다. 예술·체육 요원 추천권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병무청에 이들을 병무청에 예술·체육 요원으로 추천하면 1년 이내에 훈련소에 입소해야 한다. 앞서 박주영 선수 역시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으로 병역 혜택을 받아 이듬해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이수한바 있다.

예술·체육 요원들은 훈련소 기간을 포함해 2년 10개월(34개월)을 관련 분야에서 일해야 한다. 특히 복무기간 중 총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해외에서의 봉사활동 인정 시간은 최대 272시간이다. 나머지는 국내에서 해야 한다는 의미다. 복무 만료 후에는 예비군에도 편입된다. 2박3일의 동원 예비군 훈련의 경우 현역 출신들만 지정되기 때문에 예술·체육 요원들은 예비군 1~4년차까지 동원미지정자로 분류돼 출퇴근하며 훈련을 받는다. 이후 5~6년차 때에는 총 20시간의 기본훈련과 작계훈련을 받아야 한다.

지난 1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 한일전. 일본을 꺾고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을 따낸 한국 대표팀의 이정후, 오지환 등이 셀피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이같은 국제대회가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야구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참가국 중 유일하게 프로 선수들로만 구성됐다. 이중 오지환과 박해민 선수는 각각 경찰청과 상무 입대 예정이었으나 이를 포기하고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다. 한국대표팀은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결과적으로 두 선수는 병역 혜택을 받게 됐다. 축구대표팀 주장으로 활약한 손흥민 선수 역시 금메달을 차지해 예술·체육 요원 편입 자격을 얻었다. 황인범 선수 역시 경찰청 소속으로 군 복무 중이지만, 축구대표팀 우승으로 ‘조기전역’하게 됐다.

병역특례 대상이 클래식 중심 예술인과 체육인으로 한정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대중예술인과 기능올림픽 입상자들도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5월에 이어 3개월 만에 ‘빌보드 200’ 1위 정상을 차지한 그룹 방탄소년단도 국위 선양 측면에서 보면 충분히 특례혜택 대상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대회까지 포함시켜 성적에 따라 마일리지를 많이 쌓은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행 예술·체육 요원 편입제도는 1973년 제정된 것으로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이라는 가치 창출에 기여한다는 명목으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아왔다. 병역 특례자는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449명이다. 병역특례제도 개선 지적에 대해 기찬수 병무청장은 사견을 전제로 “체육·예술 요원 편입 제도를 포함한 병역특례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입장자료를 통해 “병역의무의 형평성 등과 관련한 병무청의 원론적인 입장으로 예술·체육요원제도와 관련해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예술·체육요원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선 향후 병무청과 관계기관 등의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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