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손님 북적이는 日, 땅값도 들썩..최고 88%↑

정다슬 기자I 2018.07.02 16:28:25
△일본 교토시 기온거리의 모습 [사진=flickr photo by jason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일본을 찾는 해외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관광지나 번화가를 중심으로 땅값이 오르고 있다. 호텔 등 관광 인프라 개발이 활성화되고 해외투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이후 지속된 자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일각에서는 다시 버블(거품)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세청이 2일 발표한 2018년 시가지 공시지가(1월 1일 기준)를 인용해 홋카이도 니세코(北海道 ニセコ)구나 교토의 기온(祇園), 오키나와의 국제거리( 國際通り) 등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뛰었다고 보도했다.

스키리조트가 몰려 있는 니세코에 있는 굿찬초(俱知安町)은 지난해에만 약 43만 3000명의 외국인들이 숙박했다. 그 결과 이 니세코코우겐히라후센거리(道道ニセコ高原比羅夫線通)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대비 88% 올라 전국에서 가장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이 됐다.

도큐리조트는 지난해 말 니세코 지역에 부동산중개업 영업사무소를 개점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억원이 넘는 콘도가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에서 온 ‘큰손’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꾸준한 교토 기온의 시조역 부근 역시 지난해(26.2%)에 이어 전년 대비 25,9% 오르며 전국 2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본의 제주도라고 불리는 오키나와 중심부의 ‘국제거리’도 공시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10.4% 폭증했다. 이 일대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시설 등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주로 머물렀던 저렴한 숙소들이 밀집돼 있던 오사카시 아이린지구도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 위한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개조되고 있는 추세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며 내수시장이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구 감소,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자산 디플레이션은 일본 경제의 해결되지 않는 과제였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며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외국 투자자들의 유입이 이뤄지면서 2015년 기점으로 전국 약 32만 4000개 표준주택지 공시가격은 3년 연속 상승해 올해도 지난해 대비 0.7% 올랐다.

지난해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2869만명. 2011년 622만명에서 5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더 빠른 속도로 관광객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자산 디플레이션 탈출은 일본 경제의 과제였지만 갑작스러운 땅값 폭등에 주민들의 시름도 만만치 않다. 구찬초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60대 남성은 “활기가 넘치는 것은 좋지만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인가”며 “세금 부담이 커지는 것은 아닌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기온 등 상점가 등도 임대료가 오르고 3년간 가게가 폐업했다 다시 개점하는 등 상권의 변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전문 싱크탱크 도시미래종합연구소의 히라야마 카네오(平山重雄) 상무는 “도심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실수요에 기반하고 있어 거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인구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지방도시와의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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