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1997년 외환위기를 맞고 특별히 고은 선생님의 ‘떠나라 낯선 곳으로/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시구를 걸었다. 온 나라, 기업과 가계들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이었는데 광화문 글판을 보고 희망과 용기를 가진 분들이 많았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27일 스물 다섯 살을 맞은 광화문 글판이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꼈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날 교보생명은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일반시민, 대학생, 문학인 등 3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광화문 글판 25년 공감콘서트’를 개최했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나뭇잎이 무성해지고 단풍이 지면 계절이 바뀌는가 생각하는데, 어떤 분들은 광화문 글판이 바뀌면 계절이 바뀌는 걸 실감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교보생명 직원들을 대상으로 경제부흥 등 계몽적인 글귀를 올렸는데 고은 시인의 시구를 시작으로 점점 인문학적인 냄새가 나는 글귀로 바꿨다”며 “일반 시민을 위한 공간이 됐다”고 언급했다.
광화문글판은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제안으로 1991년 광화문 네거리 교보생명빌딩에 내걸렸다. 가로 20m, 세로 8m의 대형 글판으로, 시의성 있고 정감 어린 글귀로 시민의 사랑을 받았다.
30자가 안되는 짧은 글이지만 시심을 녹여낸 글 위에는 큰 울림이 있다. 바쁜 일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저절로 미소 짓게 하거나 때로는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글판을 수놓은 글귀는 72편에 이른다. 지금까지 공자, 헤르만 헤세, 파블로 네루다, 서정주, 고은, 도종환, 김용택 등 50여 명에 이르는 동서고금의 현인과 시인의 작품이 광화문 글판으로 재탄생했다.
한편, 교보생명은 이날 광화문글판 탄생 25년을 맞아 공감콘서트와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했다. 지난 4월 ‘청춘이 바라보는 봄과 설렘, 희망’을 주제로 진행된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은 총 970여 편이 출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