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5일 발표한 정기 임원인사 명단을 접한 한 계열사 고위 임원의 탄식이다.
실제로 올해 승진자는 353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247명)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탓이다.
그러나 성과주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면서도 미래에 대한 준비에 소홀하지는 않았다. 조직의 혁신성을 유지하기 위해 젊고 유능한 인재를 적극 발탁하고, 해외 인력의 본사 임원 승진 사례를 늘려 동기 부여를 했다.
이와 함께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외부 영입 인사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면서 조직 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 성과주의 인사원칙 재확인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올해 165명이 승진 대상에 포함됐다. 전년의 227명보다 27.3% 감소한 수치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승진 잔치를 벌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어느 때보다 우울한 겨울을 보내게 됐다.
삼성전자 내에서도 사업부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실적 개선에 성공한 메모리사업부는 지난해보다 2명 증가한 22명이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성과를 내면 반드시 보상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반면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는 승진자 수가 크게 줄었다. 21명의 부사장 승진자 가운데 무선사업부 소속은 3명에 불과하다.
성과주의 원칙은 발탁 인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발탁 인사 규모는 56명으로 지난해 86명보다 줄었지만, 해당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인재들에게는 승진으로 보상했다.
낸드플래시 기술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 3차원(3D) V낸드 개발을 주도한 신유균 상무는 승진 연한을 2년 앞두고 전무로 승진했다. 스마트 LTE(롱텀에볼루션) 솔루션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문준 삼성전자 상무는 부장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에 임원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 인재경영 글로벌 확산 가속화…“순혈주의 없다”
해외법인 우수 인력의 임원 승진 사례도 이어졌다. 외국인 승진자 규모는 지난해 12명에서 올해 9명으로 다소 줄었지만 2012년 미국 팀 백스터 부사장, 2013년 중국 왕통 부사장에 이어 세번째로 삼성전자 북미총괄 기획홍보팀장인 데이빗 스틸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스틸 신임 부사장은 적극적인 대외협력 활동을 통해 삼성 브랜드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현지 시장점유율을 각각 40%대와 50%대로 끌어올린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트레비스 상무와 태국법인 위차이 상무도 임원 승진에 성공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가장 중요한 경영 전략 중 하나로 꼽았던 순혈주의 타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에서도 유지됐다.
올해 경력 입사자 중 임원으로 승진한 인원은 118명으로 전체 승진자의 33.4%를 차지했다.
삼성 관계자는 “승진자 중 경력 입사자 비율이 예년 수준을 유지해 외부 영입 인력에 대해서도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등 능력주의 인사를 실시했다”며 “삼성전자가 반도체 1등 신화를 이룩하는데 공을 세운 황창규 전 사장과 진대제 전 사장 등도 외부에서 영입된 인재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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