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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청탁을 한 사람은 무죄지만, 청탁을 받은 사람은 유죄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성동(59) 자유한국당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자,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청탁 받은 사람은 있는데, 청탁한 사람이 없다’는 게 비판이 요지다.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권 의원에겐 1심에서 무죄가 선고 됐지만, 최흥집(69) 전 강원랜드 사장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채용 비리 관련 혐의로 기소된 두 사람에 대한 판결이 엇갈린 데는 ‘업무방해죄의 법리적 특성’에서 기인한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무방해죄의 경우 청탁 자체만으로 성립할 수 없고, 그로 인해 업무를 방해받은 피해자가 있어야만 한다. 권 의원의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청탁으로 인한 업무방해의 피해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흥집·이광구…청탁 아닌 ‘채용 업무 방해’ 유죄
업무방해죄는 회사나 회사 구성원의 업무가 방해받았을 때 적용한다. 청탁이 있다 해도 채용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
강원랜드 채용비리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최 전 사장은 청탁을 받아 부정 채용을 하게 한 행위가 아니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를 유죄로 인정받았다. 부정 채용 지시를 인사팀에 관철하도록 한 행위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최 전 사장의 재판부는 서류전형에서 탈락했어야 할 응시자의 점수를 조작해 면접 대상자로 올린 것을 두고 “최 전 사장 등의 행위는 면접위원이 면접 응시자의 정당한 자격 유무에 관해 오인·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채용비리로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징역 8월로 감형된 이광구(62) 전 우리은행장의 경우도 청탁 자체가 아닌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이 전 행장은 청탁을 받은 대상자가 1차 면접에서 떨어지자 “행장 연임과 직결되는 분의 자녀니 합격시켜라”며 기존에 합격된 인원을 불합격 처분했다. 법원은 이 전 행장의 이런 행위가 면접관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업무방해죄, 피해자 있어야…法 “인사팀장은 공범”
권 의원의 경우 상황은 조금 다르다. 강원랜드 인사 과정에 개입할 권한이 없는 권 의원의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최종 인사권자와 공모해 채용 담당자의 업무를 방해해야만 한다.
검찰에 따르면 권 의원은 2012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강원랜드 인사팀장 등에게 압력을 넣어 교육생 공개 선발 과정에서 의원실 인턴 비서 등 11명을 채용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최종 인사권자인 최 전 사장과 공모해 인사팀에 압력을 넣어 부당한 채용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권 의원의 청탁으로 인해 피해를 입어야 인사팀장 권모씨를 ‘공범’으로 판단했다. △최 전 사장이 채용하지 말라고 한 대상자를 ‘자신의 고교 선배’라는 이유로 최 전 사장을 설득해 청탁업무를 처리한 점 △권씨가 1차 교육생 선발 과정에서 외부인의 청탁을 받아 관리 명단에 올린 점 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부당한 지시를 적극 추종하고 인사팀장의 권한을 이용해 부정한 선발 행위를 주도했다”며 “최 전 사장이 행한 업무방해의 공범으로 봄이 상당하기 때문에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의 피해자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무엇보다 청탁의 존재 자체 역시 정황은 보이지만,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 전 사장은 직접 청탁을 받았다면서도 청탁 대상자들의 합격 여부 등 결과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았다”며 “(청탁을 받았다고 하는 이의 행동이라고는) 일반인의 경험칙에 비춰 수긍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