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대법관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제가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해 법원 가족은 물론 사법부를 사랑하는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새 법원 안팎에서 사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내리고 사법권 독립이 훼손될 우려에 처해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이 부분에 이르면 저로선 말할 자격이 없음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고 대법관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퇴임식 후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도 없이 준비된 차를 타고 대법원 청사를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은 보안요원들을 동원, 고 대법관에 대한 취재진의 접근을 물리력으로 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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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대법관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박병대(60·12기) 전 대법관에 이어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의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했다.
이 시기 행정처는 상고법원에 비판적이었던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활동을 방해하고, 소속 회원이었던 차성안 판사를 뒷조사하는 등 행정권을 악용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고 대법관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1차 조사 당시 행정처의 비협조, 관련자들의 말맞추기 등을 방치해 허술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그는 또 2016년 9월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가 재판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고 있다는 의혹을 덮기 위해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법원행정처장 임명 이전에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집행정지 사건과 관련해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러한 의혹과 관련해 고 대법관이 사용 중이던 PC의 하드디스크 제출을 대법원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고 대법관이 퇴임한 만큼 검찰은 다시 대법원에 하드디스크 제출을 요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