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의 사업 및 인력 등을 과감히 축소해 2017년부턴 안정적인 영업이익이 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산은의 생각이지만 회생 가능성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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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11일 오후 2시경 채권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실사 결과 및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최종 방안은 이달 중 채권금융기관협의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채권단은 2013년 4월 자율협약 개시 당시 STX조선에 운영자금 약 3조6800억원, 손해배상비용 4530억원, STX다롄 지급보증 3600억원을 지원키로 했으나 이중 손해배상비용을 미집행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채권단의 신규 자금 투입 없이 손해배상비용을 건조자금으로 용도를 변경해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내년 하반기까지는 추가 신규자금 지원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규모다. 또 기수주 선박이 대거 인도되고 신규수주가 줄어 선수금환급보증(RG)이 감소, 채권단의 총 익스포저가 9월말 현재 총 4조2513억원에서 내년말에는 50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3~5%대인 금리도 1%로 인하할 계획이다. 산은은 STX조선의 예상매출액이 올해 2조3000억원에서 내년 절반으로 축소됐다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은은 2개월간 실사 결과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아 법정관리로 전환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법정관리로 갈 경우 채권단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STX조선은 현재 69척을 건조중인데 법정관리로 전환되면 RG콜로 인해 선수금 환급 등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주)STX와 수직계열화된 STX중공업, STX엔진 등 관계사가 연쇄 부실화되면서 채권 회수가 어려워지고, 1685개 협력업체의 경영 및 고용불안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산은은 설명했다.
◇ 탱커선만 집중, 신규수주 대폭 줄여..인력 추가 감축
채권단이 미집행한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조건이 있다. STX조선은 해양플랜트, 중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등 국내 대형조선사와 수주 경쟁을 해왔던 분야를 중단하고, 인력 축소 및 경비 절감을 해야 한다. 그래야 2017년부턴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판단이다.
진해공장은 선대(선박 건조장)를 5개에서 2개로 축소하고 탱커선, LNGB(해상LNG주유터미널)로 선종을 특화키로 했다. STX조선의 LR1급 탱커선 수주선가는 4억5000만달러로 클릭슨 평균선가(4억5750만달러)와 별 차이가 없었다. LR급 탱커선은 지난해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탱커선은 중국 조선사와 경쟁하는 분야인데 EBITDA(현금성영업이익)를 창출하는 선박에 한해 신규 수주를 실행할 방침이다. 고성공장은 기수주한 건조 물량이 인도되는 2017년초부터 대형블록 공장으로 기능을 변경해 국내 대형조선사의 하청공장으로 전환한다.
STX조선은 자율협약 이후 올 10월까지 약 864명의 인력을 감축했는데 추가로 930여명, 현 인력의 34%를 추가 감축키로 했다. 내년 1월부턴 전 임직원의 임금도 10% 삭감하고 복리후생비 지급도 중단한다. STX프랑스 재매각 및 약 800억원 규모의 여타 비영업용 자산도 매각한다.
산은 관계자는 “STX조선은 대형조선사 및 여타 국내 조선사와의 경쟁을 최소화하는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다운사이징(Down sizing)하고 국내 조선업의 과잉공급을 해소하겠다”고 설명했다.
◇ 여타 채권단, 자구안만으론 부족..회생 가능성 의문 여전
그러나 STX조선의 회생 가능성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조선업 장기 불황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다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추가 하락하면서 경영 여건이 더 나빠지고 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회생가능성을 보고 지원하기보다 채권회수 측면에서 어느 것이 더 유리한가를 생각해보면 자금을 지원하는 쪽”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에선 이참에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자금 지원에서 빠져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았기 때문에 부실 기업을 지원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STX조선 채권에 대한 충당금을 100% 쌓았고, KEB하나은행, 신한은행도 40% 가량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STX조선의 자금 지원은 또 다시 국책은행 및 특수은행의 몫이 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다 빠져나가고 국책은행끼리 떠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산은도 “대외여건 악화가 심화되고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회사의 근본적인 턴어라운드(Turn-Around) 여부 및 독자 생존 가능성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STX조선도 국내 대형조선사와 경영협약 등을 통해 회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아 나온다.
한편 산은이 제시한 자금 지원안은 지분율 기준으로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산은을 비롯해 한국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등 국책은행 및 특수은행 비중이 85%(9월말 현재)에 달해 자금 지원안은 무난하게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