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 없어 치료 포기?...국가가 ‘결핵 사각지대’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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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보경 기자I 2026.03.12 12:00:07

취약계층, 결핵 발생률 4배...치료 못받아 사망키도
까다로운 환자라 민간병원도 ‘손사래’
질병청, 공공의료 투입해 ‘결핵안심벨트’ 운영
사업 예산은 4년째 16억원 ‘동결’

[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김정해(가명·69)씨는 입원비 3만 1630원을 내지 못하겠다며 병원 수납처와 실랑이를 벌였다. 폐지를 줍다가 어지럼증이 생겨 병원을 간 게 화근이었는데, 의료진이 결핵을 발견하고 그를 2주간 입원 조치했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김씨는 소액에도 눈앞이 아찔했다. 병원에서 계속 돈을 내라고 하면 이대로 도망쳐 치료를 받지 않을 작정이었다.

이처럼 소액의 의료비 때문에 결핵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후진국형 질병’으로 불리는 결핵이 지금도 쪽방촌 노인들과 노숙인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의료급여 수급권자(중위소득 40% 이하)의 결핵 발생률이 10만명당 132.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결핵 발생률이 10만명당 30.5명인 것과 비교하면 약 4.3배 높은 수준이다. 결핵은 최소 6개월 동안 약을 꾸준히 복용할 경우 완치가 가능하지만 이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스스로 치료를 포기한다. 국내에 여전히 1347명의 결핵 사망자(2024년 기준)가 있는 이유다.

민간의료기관에서도 결핵 환자들을 꺼려 치료 인프라도 부족하다. 결핵 감염력은 수개월간 지속되는 만큼 음압병실 1인 격리가 필수다. 하지만 병원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공간을 마련하는 게 부담일 뿐만 아니라 환자들 중에는 음주·흡연·폭행을 일삼는 이들도 있어 의료진이 손사래를 친다.

또 결핵환자들의 경우 오랜 기간 열악한 환경에서 지낸 사례가 많아 당뇨, 류머티스질환 등 다른 질병을 동반하는 만큼 치료도 까다롭다. 실제로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은 류승덕(가명·60)씨의 경우 자살 시도로 응급수술을 받다가 결핵이 발견됐다. 하지만 두 가지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전원에 어려움을 겪었다.

질병관리청이 11일 연 '결핵안심벨트 아카데미'에서 관계자들이 결핵 환자 치료비 지원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청)
이에 따라 질병청은 결핵 발병률 감소를 국가과제로 삼고 공공의료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기준중위소득 120% 이하 취약계층에게 치료 안전망을 제공하는 ‘결핵안심벨트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을 선두로 전국의 국립의료원 20곳이 참여하고 있다.

주요 지원 내역은 △치료비 △간병인 △이송차량 △영양간식 등이 있다. 특히 오랜 시간 동안 영양 불균형으로 결핵이 심해지는 사례가 많아 필요한 환자에게는 고단백 보충식을 매일 1캔씩 제공하고 있다.

민간병원 3곳을 포함해 ‘전원협의체’도 운영한다. 환자에게 결핵 외 다른 질환이 있을 때 적정한 의료기관을 찾아주는데, 협의체 소속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를 통해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고 최종적으로 연계하게 된다. 올해는 민간의료기관 수를 6곳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현장에서는 예산 부족에 시름하고 있다. 정부의 결핵안심벨트 지원사업은 2023년 15개소, 2025년 17개소에서 올해 20개소로 늘었지만 예산은 4년째 동결돼 16억 5000만원에 불과하다. 현장에서는 적정 예산 규모를 약 2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조준성 국립중앙의료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결핵치료의 경우 현재는 취약계층 10% 정도만 수혜를 받고 있다”며 “예산이 늘면 더 많은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질병청은 올해도 ‘찾아가는 결핵검진’ 대상자를 장기요양등급 노인 전체로 확대하고, 대상자를 중심으로 교육·홍보를 활성화하는 등 사각지대를 폭넓게 점검할 방침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공공의료기관이란 눈에 띄는 성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업무에도 지속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며 “결핵처럼 잊히거나 외면받기 쉬운 질병에 대한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필요한 요소를 앞으로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이 11일 연 '결핵안심벨트 아카데미'에서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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