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다크웹 관련 수사인력은 서울중앙지검 등 여러 검찰청에 강력범죄수사부 등에 분산배치돼 개별 부서의 수사를 지원한다. 이처럼 다크웹 전담수사 인력을 수사팀 소속 대신, 대검 등에 별도의 지원부서를 만들어 각 수사팀을 지원해 주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 것이 진 변호사의 주장이다.
◇선한 의도로 개발된 다크웹…가상화폐 더해지며 범죄 온상
진 변호사는 “IT수사팀이 마약, 디지털 성범죄, 사이버범죄, 범죄수익 환수 관련 사건 등에서 담당 사건팀과 온라인 추적을 협업하는 모델이 어떨까 싶다”며 “다크웹 범죄 대가가 가상화폐를 통해 지불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분에 있어서도 IT수사팀을 통한 자금 추적이 훨씬 더 범죄의지를 억제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2년 미국 해군연구소에서 보안 목적으로 토어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발된 다크웹은 권위주의 국가 내에서 검열을 피하고자 하는 단체들을 위해 외부에 공개됐다. 하지만 이내 추적의 어려움을 이용한 범죄자들이 이를 이용하기 시작했고, 2009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화폐가 더해지며 ‘범죄의 온상’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
차정훈 카이스트 홀딩스 대표는 “수사기관의 전문성 강화만으로는 빠른 기술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새로운 민관 협력체계 구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 변호사도 “국가기관은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거쳐야 한다. 구축한 시스템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해도 바꾸기 쉽지 않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환경에 탄력 대응하고 위법성 시비 등을 차단하기 위해서 KISA와 민간기업 등을 정보협력자로 규정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크웹 뿐만 아니라 범죄에 사용되는 가상화폐 추적에도 민간기업의 전문적 기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인 체이널리시스의 백용기 한국지사장은 “가상화폐의 거래 데이터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지만 가명성 때문에 누가 자금을 송수신했는지 식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분석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 설립된 체이널리시스는 미국 FBI와 한국 국가정보원 등 전 세계 수사기관과 협업을 하고 있다.
|
국내 사이버 보안업체로서 국내에서 다크웹 분석 연구에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S2W의 서상덕 대표는 “다크웹의 특성상 사이트 폐쇄나 개설이 어렵지 않다. 수사기관이 한 곳을 잡으면 다른 곳이 커지는 풍선효과가 발생한다. 단순히 한 사람을 잡는 방식으로는 다크웹 범죄를 뿌리 뽑기가 힘든 구조”라고 전했다. 서 대표는 “다크웹이나 가상화폐 관련 범죄의 경우 결국 천문학적인 대량 데이터를 분석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분석한 후 머신러닝으로 정보를 뽑아내는 방식으로 사이버 보안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다크웹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네트워크 및 시스템 보안 전문가인 신승원 카이스트 교수는 “미국의 경우 러시아와 중국이 다크웹을 열심히 활용해 미국과 우방을 공격하는데 활용하고 있다는 믿음이 강하다. 그래서 굉장히 많은 정보를 다크웹에서 수집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주도의 정보수집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이 부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 범죄의 특성상 위장수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현재 가짜 신분증 사용 등 위장수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진 변호사는 다크웹 범죄 전체에 이 같은 위장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며 “다크웹 관련 범죄 수사 시에 수사기관에 위조 신분증 사용을 허가 등에 있어서 법률상 면책을 해주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칠승 의원은 “다크웹 수사는 첨단 IT와 형사체계의 교집합 영역으로, 신속히 변화하는 기술에 대한 전문성과 함께 개인정보보호와 강제처분의 효율성을 형량할 수 있는 고도의 법률지식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개별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산발적 조직이 아니라 전문성을 집적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관이 우선 준비하고 정보협력자와 같은 제도를 통해 민관협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