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지난 20일부터 4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원화 급락세를 만들어 낸 것은 달러화 추가 강세에 베팅한 매수 쏠림 현상이다. 이날 달러인덱스가 유로화 반등에 104선에서 보합권 움직임을 이어갔지만,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달러대비 0.35%나 떨어지면서 달러인덱스가 오른 것보다 더 많이 내렸다. 연초 대비로 비교해봐도 원화는 달러 대비 10% 가까이 떨어져 8.8% 정도 오른 달러인덱스 상승세보다 더 가파른 약세를 기록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이에 대해 미국 물가 정점 기대가 불발된 후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통화긴축 가속화, 경기 경착륙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와 국내 무역수지 적자 확대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오버슈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6월 무역수지가 76억4200만달러 적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증시 매도 현상은 더 강해졌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에만 코스피시장에서 5조8000억원 가량 순매도했고, 올해 전체론 19조4000억원 이상을 내던졌다.
이에 시장에선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정책 대응을 언급하는 등 외환당국이 강하게 개입하는 와중에도 환율이 1300원대에서 마감한 만큼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르면 3분기부터 유럽중앙은행(ECB) 등으로 통화긴축 초점이 옮겨가면서 원·달러 환율도 하락할 수 있겠지만, 경기침체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환율 반락 시점이 내년 상반기까지 늦춰질 수 있단 예상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다음 환율 고점인 1350원이 금세 뚫려 버릴 수 있다”며 “달러화 강세 기조도 그렇지만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역송금 수요 이외에도 환헤지를 위한 선물환 매수에 나선다면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