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사 4년차’ MZ세대인 장주현 홈플러스 차주류팀 바이어의 이같은 아이디어가 국내 막걸리 시장을 뒤흔들었다. 디저트카페 ‘설빙’, 주류전문기업 ‘보해양조’와 협업해 홈플러스가 단독으로 선보인 ‘설빙 인절미순희 막걸리’는 아니나 다를까 출시 다음날인 지난달 26일부터 현재까지 누적 6만여병을 팔아치우며 홈플러스 막걸리 카테고리 판매량과 매출에서 모두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쟁 상대를 보니 최근 5년간 막걸리 카테고리에서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내 준 적 없는 국내 대표적 막걸리인 서울 장수생막걸리(연 누적판매량 기준)와 배상면주가 느린마을생막걸리(연 매출 기준)라니, 그야말로 ‘새내기 막걸리’의 기염은 대단하다 할 만하다.
28일 이데일리와 비대면 인터뷰에 나선 장 바이어는 이번 설빙 인절미순희 막걸리의 성공 배경으로 연신 ‘셀링 포인트’를 언급했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이른바 ‘홈술’, ‘혼술’이 MZ세대들의 새로운 주류 소비 트렌드로 자리한 가운데 이들이 주로 찾는 저도수 중 막걸리가 상대적으로 신상품이 적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새로운 경험을 쫓는 MZ세대들에게 ‘전에 없던 콜래보 막걸리’를 내놓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게 그의 판단이었다.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있지 않나.” 당장 콜래보 대상을 고르는 과정은 오히려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아는 맛, 잘 알려진 브랜드’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장 바이어는 “상품을 개발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부분은 막걸리라는 대상 상품군과 콜래보 브랜드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즉 ‘케미’가 얼마나 좋은지 여부였다”며 “구수한 곡물이 부드러운 풍미의 막걸리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소비자들이 자주 접하고 즐기는 대상과 협업하면 좋을 것 같아 대상을 고민하던 중 설빙의 시그니처 메뉴 인절미 빙수가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즉 인절미 빙수의 고소한 맛이 부드러운 막걸리와 만났을 때의 맛을 소비자들의 머릿 속에서 자연스럽게 상상하게끔 한 부분이 바로 이 설빙 인절미순희 막걸리의 ‘셀링 포인트’인 셈이다.
여기에 기존 막걸리들과 달리 ‘깔끔하고 귀여운 이미지’의 패키징을 더하니, MZ세대들의 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장 바이어는 “실제 설빙 인절미순희 막걸리를 접한 MZ세대들이 SNS나 블로그를 통해 상품을 추천하고 경험을 공유하면서 활발하게 바이럴이 됐다”고 덧붙였다.
통상 주류 막걸리로 여겨지는 생막걸리가 아닌 상온 막걸리로 상품을 선보인 홈플러스의 마케팅 전략 역시 효과적이었다. 장 바이어는 “최근 기술이 발달해 상온 막걸리도 생막걸리만큼 퀄리티가 높다. 이에 장기간 보관 및 유통이 가능하도록 상온 먹걸리로 기획했으며 파스퇴르 저온살균 공법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신선한 상태로 1년간 보관하게끔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각 홈플러스 매장에서 냉장 매대가 아닌 소비자들의 주 동선에 진열은 물론, 상대적으로 긴 유통기한으로 다량의 발주 또한 가능케 했다.
이번 설빙 인절미순희 막걸리에 이어 또 다른 막걸리 신상품을 준비 중이라는 장 바이어는 “초코파이, 빙그레바나나우유와 같이 대체할 수 없는 대박 상품을 개발하고 싶다”며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바이어는 상품을 남긴다’라는 말이 있다. 제가 만든 상품이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도움이 되고, 즐겁게 사용될 수 있는 상품이 된다면 바이어로서 아주 큰 보람을 느낄 것 같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막걸리는 시원한 목 넘김도 좋지만 유산균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주종”이라며 막걸리에 많은 관심을 부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