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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산불, 한울 원전·삼척 LNG 생산기지 등 위협 ‘비상’

문승관 기자I 2022.03.04 19:17:34

한울 원전, 주변 산불 초기 진화…삼척까지 번져 7번 국도 전면 통제
축구장 560∼700배 면적 ‘잿더미’…소방당국, 야간 진화 작업 돌입
소방동원령 1호 네 차례 발령…지난 2019년 관련 훈령 마련 후 처음

[울진=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4일 경북 울진 북면 두천리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피해도 확산하고 있다. 이날 화재는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산154, 해발 약 200m 야산에서 시작했다. 산불이 한울 원전 방향으로 번지면서 한때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난 불이 확산하는 가운데 한울원전 구역 경계선까지 불이 번져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강풍 타고 삼척까지 번져…7번 국도 전면통제

발화지점에서 원전까지 20㎞ 이상 떨어져 있지만 강풍으로 산불이 원전 방향으로 접근했다. 소방당국은 한울본부 요청에 따라 대용량 방사포시스템을 출동시켰고 산림 당국은 산불확산차단제를 사용해 산불 확산을 막았다. 산불 반경에 있는 고압 송전선로가 불에 탈 가능성이 커 소방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한 상태다.

가동 중인 6기의 원전은 안전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산림 당국은 원전 주변으로 방화선을 구축하고 진화 자원을 배치해둔 상태다. 한울원자력본부는 발전소 6개 호기의 피해는 없으며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따라 발전소 출력을 50%까지 감소 운전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산림 당국은 일몰과 함께 헬기를 모두 철수함과 동시에 야간 진화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산불은 강풍을 타고 북쪽인 강원 삼척까지 번졌다. 이에 삼척시는 주민대피령을 내렸으며 마을주민 278명이 복지회관과 행정복지센터로 나뉘어 대피했다. 산림 당국은 경계면 부근에 삼척시 공무원, 산림청 진화대, 소방대원을 비롯해 진화차와 소방차 등 장비를 투입해 방어선 구축에 나섰으나 산불은 결국 삼척으로까지 번졌다. 강원도까지 넘어간 불길은 삼척 호산리 LNG 생산기지 인근까지 번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산불이 7번 국도 주변으로 번지고 연기가 뒤덮자 7번 국도 차량 운행도 전면 통제했다.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난 산불이 확산하는 가운데 한울원전과 가까운 7번 국도를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산림 당국은 산불 영향 구역이 400∼500㏊(헥타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축구장(0.714㏊) 560∼700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산불로 울진 일부 지역에서는 휴대전화 등 통신이 불통됐다. 북면 한국수력원자력 사택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도 정전으로 오후 1시30분부터 2시간가량 업무가 중단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산불 진화를 위해 50사단, 포항해병대 등 군부대를 동원하기로 협의했다”며 “도청과 군청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들도 함께 산불 진화에 나설 예정이다”고 말했다.

4일 강원도 삼척 호산리 LNG 생산기지 쪽으로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산을 타고 번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소방동원령 1호 네 차례 발령…지난 2019년 관련 훈령 마련 후 처음

소방청은 이날 ‘전국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했다. 산림청도 ‘산불 3단계’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을 발령했다. 소방 당국은 이날 울진 산불 진화와 원전 방어를 위해 소방 동원령 1호를 네 차례나 발령했다. 2019년 4월 강원 대형산불을 계기로 ‘전국 소방력 동원 및 운영 관리에 관한 규정’(훈령)을 마련·시행한 후 처음이다. 지난 2020년 5월1일 강원 고성 산불 당시 동원 규모가 더 큰 ‘동원령 2호’가 발령된 적은 있었으나 한 건의 화재로 동원령 1호가 네 차례나 연속 발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방동원령은 대형 화재나 사고, 재난 등 긴급상황 발생 시 부족한 소방력을 다른 지역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소방력 동원 규모에 따라 1호(당번 소방력의 5%)·2호(10%)·3호(20%) 순으로 단계가 올라간다.

산불 단계는 산림 당국이 산불 진화를 위해 발령하는 것으로 1단계는 예상 피해 면적이 5∼30ha, 평균풍속 초속 3∼7m일 때, 2단계는 예상 피해 면적이 30∼100ha, 평균풍속 초속 4∼7m일 때, 3단계는 예상 피해 면적이 100ha 이상, 평균풍속 초속 10m일 때 각각 발령된다.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은 광역단위에 있는 모든 산불진화헬기와 관할기관 모든 진화대원, 인접기관 진화대원 발반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확산을 저지하는 단계다.

4일 경북 울진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북쪽인 강원 삼척까지 번지고 있다.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 일대에서 울진 방향으로 바로 보이는 산림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번 동원령으로 펌프차와 물탱크차, 산불전문진화차 등 105대를 배치해 산불진화에 나섰다. 한울원자력발전소에도 산불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 고성능화학차 등 소방차 24대를 별도로 배치했다. ‘대용량포 방사시스템’은 방수포·주펌프·중계펌프·수중펌프·트레일러·지게차·포소화약제 탱크차 등 총 17대의 장비로 구성돼있다. 대형펌프차 26대가 동시에 방수하는 수준인 분당 7만5000ℓ의 소방용수를 최대 130m까지 방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수중펌프를 활용하면 호수·하천·해수를 소방용수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산불진화에 소방헬기도 총동원했다. 전국 30대 소방헬기 가운데 정비와 인명구조·구급이송 등을 위한 헬기 19대를 제외한 11대를 모두 화재 현장에 투입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재난현장과 가까운 시·도는 많이, 먼 시·도는 적게 동원하는 게 원칙”이라며 “자칫 지원 출동 시·도의 소방력 공백이 생길 수 있기에 적절히 배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울진의 산불 상황을 보고받은 뒤 “최우선적인 목표를 인명피해 방지에 두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서 조기 진화에 전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한울원전 안전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고, 산불 진화 소방대원의 안전에도 각별히 유념해달라고 당부했다.

민가까지 내려온 울진 산불 피해현장 모습(사진=소방청 드론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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