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수가 주말 한풀 꺾였다 다시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휴가계획을 세운 국민들이 치열한 ‘눈치게임’에 들어갔다. ‘4차 대유행’ 이후 여행을 취소했다가 일부 지역에서 거리두기 단계를 낮추자 다시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는 것이다.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방역 수위가 낮아지고 피서객이 몰려 휴가철이 지난 후 확진자수가 다시 폭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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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일부 지역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한 상태다. 강원도 양양군은 7월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8일 간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하기로 했지만, 확진자가 줄어들자 애초 계획보다 이틀 앞선 7월 31일부터 3단계로 완화했다. 강릉시도 지난달 19일 비수도권 최초로 거리두기를 4단계로 올렸지만 7월 27일부터 3단계로 조정한 바 있다.
실제 지난 주말에는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한 강원 지역으로 피서객들이 몰렸다. 강원도 환동해본부에 따르면 1일 기준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 방문객은 47만2776명으로 일주일 전(12만19명)보다 약 4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연일 최대 확진자수를 기록하는 국내 대표 피서지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의 1일 방문객수(4만3290명)보다 10배 많은 수치다.
강원도 주요 도시별로 살펴 보면, 강릉시의 경우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7월 25일 해수욕장 방문객은 1만5830명이었다. 하지만 3단계로 완화하고 나서 맞은 첫 주말인 1일 2만8866명으로 약 1만3000명 이상 증가했다. 양양군도 마찬가지로 지난달 25일 1만3215명이었던 해수욕장 방문객이 이달 1일 3만6799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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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국적인 4단계 조치 후 사실상 여름휴가를 포기했던 국민들은 ‘단계를 완화한 지역은 방역지침을 지키면서 잘 다녀오면 되는 것 아니냐’라는 입장이다. 방역지침이 또 바뀌기 전에 곧장 휴가를 떠나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번 주말 강릉으로 1박 2일 휴가를 계획했다 취소한 김모(28·남)씨는 여차하면 이번 주말 강원도로 떠날 예정이다. 김씨는 “매년 친구들이랑 기념사진을 찍으러 강릉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오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취소했었다”며 “그런데 거리두기 단계도 3단계로 낮아졌고 해서 분위기를 살피는 중”이라고 말했다.
여행객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을 피해 차선책으로 염두에 둔 곳으로 휴가를 가는 이들도 있다. 제주도 여행을 취소하고 부산으로 2박 3일 여행을 떠난다는 김모(25·여)씨는 “뉴스를 보는데 공항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많은 모습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며 “지난 주말 해운대가 한산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계획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최근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에 좀 두고 보겠다는 이들도 있다. 8월 넷째 주에 가족과 1박 2일로 놀러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50대 여성 신모씨는 “뉴스를 보면 해수욕장에 가기 꺼려지는 건 사실이지만 8월 말쯤이면 상황이 나아질 것 같아 그때 다녀올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휴가철에 거리두기 완화 조치는 시기상조라며 방역 수위가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4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1725명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 1442명(1일)→1219명(2일)→1202명(3일)으로 잠시 주춤했다 다시 급증한 것이다. 비수도권 확진자 비중이 39.5%에 달해 언제든 확진자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사람들이 휴가철에 강원도로 여행을 많이 가는데 거리두기 연장을 안 해 지역사회 감염자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특히 델타변이는 백신을 맞아도 ‘돌파감염’ 사례가 많아서 이번 여름은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게 가장 안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