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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업&다운]신풍제약, 제약바이오는 해 먹기 좋은 시장?

김지완 기자I 2021.07.06 17:46:33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 기존 염증치료제는 힘들어
약물재창출로 코로나 치료제 개발? '어불성설
국제학술지 게재도 어디까지나 실험실 결과일뿐
임상에서 결과내는 건 전혀 다른 얘기
개도국 임상은 주요 시장 포기했다는 의미로 해석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신풍제약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실패에 투자시장의 불편한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신풍제약(019170)은 지난 5일 코로나19 치료제 피라맥스 국내 임상2상 시험 분석 결과 피라맥스 투약군(52명)과 대조군(58명)간 유효성 차이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신풍제약은 즉각 후속임상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피라맥스가 임상2상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써 유효성 증명에 실패했기 때문에 드마마틱한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피라맥스. (제공=신풍제약)


표면적으론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시도하다 실패한 여타 치료제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투자자들은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성공을 확신하며 신풍제약 주식 매입에 나섰다. 오너 일가는 주가 상승에 보유지분을 대거 처분하며 383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오너 일가는 신풍제약 주식을 지난해 9월 최고가를 기록한 다음날에 1차 처분했고 올 4월 임상2상 종료 직후 2차 처분했다.

신풍제약은 임상발표 직전인 5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시총순위 67위를 기록했다. 신풍제약 시총 순위는 삼성엔지니어링(70위), GS(78위) 보다 높다. 제약업계에서도 유한양행 72위, 한미약품 73위, 녹십자 83위보다도 위에 있다. 실적으로 비교해보면 피라맥스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과도했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신풍제약 매출액은 1978억원, 영업이익은 78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GS 매출액은 15조2340억원, 영업이익은 9206억원에 달했다. 녹십자 역시 매출액 1조5041억원에 영업이익은 504억원으로 신풍제약을 압도했다.

◇ 코로나 만만한 바이러스아냐, 아무약이나 써도 된다는게 ‘넌센스’

제약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투자 피해가 약물재창출에 대한 이해도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중견제약사 고위 임원은 “줄줄이 실패하는 국산 코로나 치료제 공통점은 약물재창출”이라며 “코로나 치료제가 쉬운 약이 아닌데 국내 제약사들이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 중인 약은 관절염약, 말라리아 치료제 등 죄다 일반 염증성 치료제다. 코로나에 포커스 맞춘 약이 아니기 때문에 실패가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사스 코로나19 바이러스 모양을 보면 전체 표면에 돌기가 있어 세포에 한번 붙으면 잘 안 떨어지게 생긴 형상”이라면서 “이렇게 강한 흡착력을 가진 바이러스체를 기존 염증·질병 치료제로 고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약물재창출에 나섰던 부광약품(레보비르), 대웅제약(카모스타트), 대웅제약(니클로사미드), 종근당(나파모스타트) 등은 기대를 밑도는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신약개발에 나섰던 셀트리온 렉키로나는 국산 1호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 국제학술지 게재? 연구실 실험 결과일 뿐...임상은 전혀 다른 얘기

신풍제약은 피라맥스의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 사실까지 홍보하며 투자자들을 현혹시켰다. 피라맥스는 기생충학 국제학술지(Trends in parasitology)에 올 1월호에 게재됐다. 신풍제약은 해당 사실을 알리며 약물기전상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써 가능성이 높다고 홍보했다.

한 제약사 신약개발팀장은 “저널 자체만 놓고 보면 신뢰할 만하다”면서 “다만 최근 코로나19 관련 내용의 논문은 전반적으로 쉽게 좋은 저널에 게재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투자자들이 이런 경향을 무시하고 무조건 학계에서 인정받았다고 생각한 것이 투자 실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임상을 시도한 약들이 실험실 연구에서는 기대할만한 결과가 있어 논문에 실릴 정도긴 했다”면서도 “다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성공한 약은 셀트리온 렉키로나밖에 없다. 그만큼 임상연구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어려운 영역이다. 이 관점에서 신풍제약 피라맥스는 언론플레이를 과도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 개도국 임상? 글로벌 시장 포기했단 의미

개발도상국에서 코로나치료제 임상을 진행하는 것도 살펴봐야 된다는 조언이다. 신풍제약은 피라맥스 임상을 남아공, 케나, 필리핀 등의 개도국에서 실시했다. 미국·유럽에서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인 한 제약사 관계자는 “남아공, 필리핀, 호주 등에서 임상을 해봐야 미국·유럽 시장에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더욱이 글로벌 수만개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유럽의약품청(EMA)가 인정하는 CRO는 소수다. 국내 제약사들이 이런 공인된 CRO를 통해 임상을 진행했는지, 글로벌 임상 시늉만 한 건지 살펴볼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 제약사 임원은 “개도국 임상 비용은 선진국 대비 1/10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성공가능성도 없는데 글로벌 임상 모양새를 갖춘 것을 배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풍제약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수차례 전화 및 문자 발송 등으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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