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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뿐만 아니다. 미국 역시 정권에 따라 북한과의 합의를 뒤집으면서 지금의 북핵 위기를 키웠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01년 취임했던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ABC(Anything But Clinton) 정책’이다. 전임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폐기하면서 북한을 핵무기 개발로 몰아갔다는 비판을 받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결국 북한의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와 IAEA(국제원자력기구) 요원 추방 그리고 핵실험으로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1990년대 이후 북·미 대화와 6자회담 등을 통해 북한은 미국과 수차례 비핵화 합의를 도출했다. 첫 북핵 합의인 북·미 제네바 합의가 지난 1994년에 있었지만 24년이 지난 현재도 북핵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2005년 6월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을 토대로 그 해 9월 9·19 공동성명에서 핵무기 포기 약속까지 받아냈지만 이 역시 공염불이었다.
미국은 이후 북한에 달러 지폐를 위조해 제작·유통을 도운 혐의를 덧씌우면서 마카오 소재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 북한 자금 2400만 달러를 동결시켰다. 제재 1년만인 2006년 10월 북한은 1차 핵실험이라는 초강수로 응수했다. 전세계가 ‘깜짝’ 놀란 사건이었다.
이후에도 2007년 2·13 합의와 10·3 합의, 2012년 2·29 합의 등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중단 등의 합의를 이끌었지만 2~3개월 넘지 못하고 파기됐다. 북한의 핵신고서 검증 문제(2008년)로 북·미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가 하면 장거리미사일 ‘광명성 3호’ 발사(2012년)를 놓고도 인공위성 발사체와 미사일이라고 맞서면서 합의문은 종이조각으로 전락했다. 박지광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과는 다르게 노동신문을 통해서는 핵 보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논평을 실었다”며 “대내적으로는 아직까지 ‘비핵화’를 공식화하지 않았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발표에 대해 북한이 이전에 했던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북·미 대화에 들어가려면 보다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