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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DDP)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채용박람회(잡페어)는 취업준비생(취준생)들로 가득했다. 어림잡아 잡페어를 찾은 인원이 2000명이 넘는 듯했다. 높아진 구직 문턱을 실감케 했다.
취준생 1일 현장 체험에 나선 기자는 몇년 전 현직 기자 선배들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 발품을 판 생각이 떠올랐다. 오늘 나의 목표는 ‘국내 5대 그룹’ 중 현대차 입사다. 현대차를 필두로 하반기 대기업 공채가 시작되는 만큼 이번 잡페어는 상당히 중요했다.
잡페어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한 기자는 일찍 온 것도 아니었다. 새벽 6시30분부터 기다린 사람도 있다고 한다. 입장 시작인 10시가 됐을 때는 입구 밖 수십 미터의 긴 줄이 이어졌다.
스텝들이 나눠준 에코백 안의 안내서를 꼼꼼히 읽었다. 가장 먼저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기PR 프로그램’ 참여 방법을 찾았다. 자기PR 프로그램은 참여자만 수백 명이지만 서류 통과보다 경쟁률이 훨씬 낮아 취업준비생에겐 최고의 인기다. 지난주 사전신청에서 떨어져도 현장에서 다시 신청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안내서에 있는 QR코드를 입력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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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단연 ‘채용상담’ 코너다. 난 걱정이 많다. 전공도 자동차와는 거리가 멀다. 영어 성적도 낮아서 고민이다. 용기를 내고 손을 들어 질문했다.
채용담당자는 “전공이 중요한 건 아니다. 우리는 다양한 인재를 원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심사위원을 설득시켜라”며 용기를 줬다. 그는 또 “토익 성적이 좋아도 외국인 앞에서 말한마디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어차피 채용 과정 중에 영어면접이 따로 있기 때문에 토익 점수에 연연해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인재상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선배 직원은 “인재상에 맞는 사람이 되려고 나를 맞추지 말라”며 “사람이 한순간에 바뀔 순 없다.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을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메모장을 이용해 열심히 받아적었다. 한 구직자는 자신의 지원서를 보여주며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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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5분. 아무도 없는 빈방, 카메라 앞에서 내 모습을 가장 소신 있게 보여줘야 한다. 긴장했는지 모래시계가 한 바퀴 다 돌고 나서 PR을 끝냈다. 다행히 시간초과는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한다.
마음을 추스르고 현대차 인재채용 팀장의 특강인 ‘하반기 채용 A-Z’가 열리는 장소로 이동했다. 의자는 물론 돗자리를 깔아놓은 자리도 꽉 찼다. 어쩔 수 없이 한쪽에 서서 강연을 들었다.
인재채용 팀장은 “직장을 찾는 기준이 연봉과 같은 객관적 지표가 아니었으면 한다”며 “여러분의 꿈을 펼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현대차에 입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올해 9회째를 맞는 잡페어는 ‘당신과 함께 세상을 움직입니다(What makes you move?)’라는 주제로 열렸다. 대형 스크린에 띄어진 문구가 아직도 가슴에 남는다. ‘함께 세상을 움직일 당신을 기다립니다.’
이제 시작이다. 아니 이제 겨우 숨고르기다. 다음주 서류 접수를 시작으로 인정성 검사(HMAT), 1차면접, 2차 면접까지 3개월이 넘는 싸움을 이겨야한다. 12월 23일 최종 발표 순간에 난 미소를 짓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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