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멋진 게 중국차?”…韓 빠진 모빌리티 中·日 맹공[CES2025]

김은경 기자I 2025.01.08 16:14:16

‘관세폭탄’ 발언 트럼프 안방서 전기차 홍보
품질·디자인 韓 못잖아…“완성도 기대 이상”
전동화 늦은 日, 미래 모빌리티 참전 신호탄
독일은 흔적 감춰…韓 ‘홀로그래픽’에 ‘감탄’

[라스베이거스=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이 멋진 차가 중국 전기차인가요? 전혀 몰랐어요.”

‘CES 2025’ 개막일인 7일(현지시간) 모빌리티 업체들이 대거 모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에서 만난 알리 라술리(40)씨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 전시관을 둘러본 뒤 이같이 말했다. 지리그룹 산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이번 CES에서 고성능 전기차 3종을 공개했다. 국내 완성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가 불참하면서 이번 CES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드러낸 완성차 업체는 단연 지커였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전시관에 지커 전기차 ‘001FR’이 전시된 모습.(사진=김은경 기자)
그동안 CES에서 기술력을 과시하던 독일과 한국 제조사들과 전시에서 빠지자 중국과 일본 업체들이 행사장을 휩쓴 모습이다. 캐나다에서 온 라술리씨는 “지커라는 브랜드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아주 괜찮아 보인다”며 “중국산 전기차가 전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보다 가격도 싸고 기술력도 좋지만 미국에 수입이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전기차 산업에서 미국의 강도 높은 견제를 받는 중국은 트럼프 안방에서 열리는 CES에서 반격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후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고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전 세계 관람객을 상대로 홍보에 나서며 정면 승부를 벌인 셈이다.

한국에서 전시 참관을 위해 온 벤처캐피탈 업계 종사자 A씨는 “중국 전기차를 보니 생각보다 완성도가 높다”며 “한국보다 기술력이 아래에 있다는 이야기도 이제는 옛말인 듯하다”고 평가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전시관에 샤오펑에어로HT의 플라잉카 ‘랜드 에어크래프트 캐리어(LAC)’ 홍보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영상=김은경 기자)
중국은 전기차뿐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활약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의 자회사인 샤오펑에어로HT의 플라잉카 ‘랜드 에어크래프트 캐리어(LAC)’는 전시장에서 연신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초대형 드론처럼 생긴 이 기기는 6륜 구동 전기 미니밴과 2인승 수직이착륙 드론으로 구성된다. 미니밴에서 전기 드론이 분리되는 형태다.

다만 아직 관람객들은 중국 브랜드에 대해 생소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자동차 업계 종사자인 제이델 가그네(31)씨는 “현대차, 기아와 같은 한국 제조사들이 중국 제조사 대비 더 나은 보증을 제공하기 때문에 중국 자동차는 아직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올해 전시에는 중국 브랜드가 많은 것 같은데, 이는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말해주는 듯하다”고 했다.

라술리씨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는 아직 직접 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한국 업체인 현대차의 산타페는 직접 타본 적이 있고 정말 좋았다”며 “중국 대비 안전성과 표준 측면에서 한국 브랜드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전시관에 창청자동차(GWM)의 전기차가 전시된 모습.(사진=김은경 기자)
전동화에 느긋했던 일본도 이번 CES를 계기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본격 뛰어든 모습이다. 혼다는 이번 CES에서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인 ‘0시리즈’ 2종을 공개하며 전기차 시장 참전을 예고했다. 닛산의 준중형 전기차 모델 ‘아리야’도 전시장 한 자리를 차지했다.

올해 처음 CES에 출전한 스즈키는 완전 자율주행으로 미래 도시를 오가는 새로운 교통수단인 ‘글라이드 웨이즈’ 콘셉트카를 전시했다. 자율주행 등 인공지능(AI) 기술들을 결합한 ‘마이크로 모빌리티 플랫폼’도 공개했다.

세계 완성차 1위 업체 토요타는 전날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미래 도시 ‘우븐시티(Woven City)’를 공개했다. 100억달러(약 14조원)가 투입되는 우븐시티는 토요타가 일본 시즈오카현 스소노시에 건설 중인 미래형 스마트 도시다. 도시 전체에 AI가 적용되며 자율주행 차량이 도로를 오가고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로 다른 도시까지 이동할 수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전시관에 샤오펑에어로HT의 플라잉카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현대모비스가 전시에 참여해 자존심을 지켰다. 현대모비스가 공개한 ‘홀로그래픽 윈드쉴드 디스플레이’ 근처는 가까이서 보기 위해 몰린 관람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면 유리창에 특수 광학필름을 장착해 디스플레이로 만들어 내비게이션과 여러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한국에서 온 대학생 최세인(23)씨는 현대모비스 부스를 체험한 뒤 “아직 프로토타입이지만 매우 신기했다”며 “반면 중국 제품들은 특별한 게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현대모비스 부스 체험에 참여하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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