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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랍연맹은 14일 사우디 제다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열고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를 논의한다. 아랍연맹은 중동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해 1945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2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시리아는 아랍연맹 창립 멤버였지만 시리아 정부가 반정부 세력을 무력으로 탄압하자 2011년 회원국 지위를 정지당했다.
상황은 시리아에 우호적이다. 과거 시리아와 외교 관계를 복원할 계획이 없다고 천명한 카타르도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마제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교부 대변인은 “시리아 상황과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에 대한 아랍 국가의 입장에 진전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아랍 국가 대부분도 올 초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대지진 이후 시리아에 온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가 아랍연맹에 복귀하게 되면 시리아 내전 이후 국제무대에서 고립된 시리아에 외교적 활로가 트인다.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에 적극 나서고 있는 국가는 사우디다. 수니파 종주국을 자처하는 사우디는 시리아 시아파 정부가 수니파 반군을 무력 진압하자 2011년 단교를 선언하고 반군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왔다. 그러다 사우디는 최근 외교 기조를 바꿨다. 사우디는 다음 달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초청했다. 사우디는 지난달 시리아와 대사급 외교관계 복원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아울러 ‘앙숙 국가’로 꼽히는 이란과 외교관계를 복원하는 등 중동 내 적대 국가와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가 반미(反美) 국가인 이란·시리아와 화해하는 데 불편해하고 있지만 사우디는 개의치 않는다.
블룸버그는 중동 내 사우디의 영향력 강화와 관련해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사우디를 아랍 세계의 정치·경제적 리더로 자리매김하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사우디를 통해 중동 정세에 개입하던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무함마드 왕세자는 자신이 추진하는 대규모 개혁 프로그램인 ‘비전 2030’을 본격화하기에 앞서 시리아 등 안보 불안 요인을 해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이같은 사우디 움직임이 시리아의 아랍연맹 가입이 50년 넘게 세습 독재를 이어가고 있는 알아사드 정권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알아사드 정권은 독가스까지 사용해 민간인을 포함해 수만명을 학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