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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법조경력 5년 유지법안, 국회 부결…인력난 가중 우려

한광범 기자I 2021.08.31 18:05:59

새 개정안 없으면 2022년 '7년'·2026년 '10년' 확대
'개정 추진' 대법원 난감…판사 인력난 고민 가중
법조계 주요 단체 지지에도 개정안 국회통과 좌절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대법원이 강력 추진하던 법관의 최소 법조경력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당장 내년부터 법관 법조경력이 애초 계획대로 7년 이상으로 확대된다. 법원의 법관 인력 수급난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달 본회의에서 법관 법조경력을 현행 5년으로 유지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재석 229명 중 찬성 111명, 반대 72명, 기권 46명으로 재석 인원 과반(115명)에 4명이 부족했다.

개정안 부결로 올해 내에 새로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현행 5년 이상인 법관 임용 최소 법조경력은 2022년 7년 이상, 2026년 10년 이상으로 확대된다. 노무현정부부터 추진된 법조일원화 정책에 따라 법관은 2013년부터 법조 경력자 중에서만 선발되고 있다. 2013년 ‘3년 이상’을 시작으로 2018년엔 ‘5년 이상’으로 강화된 상태다.

◇10년 이상 지원자 8% 불과…올해 임용 예정자 중 3명

내년부터 법조경력이 7년 이상으로 확대됨에 따라 신규 법관 정원 확보에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그동안 법원 내부에선 ‘법관 지원자 중 경력이 많아질수록 법원이 정해놓은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법조경력 10년 내외 법조인의 경우 소속된 검찰이나 법무법인 등에서 막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인 만큼 직종을 변경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변호사의 경우 파트너급일 경우엔 보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진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실제 10년 이상 지원자 비율은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엔 8%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임용된 판사 155명 중 경력 10년 이상은 5명에 불과했고, 올해 임용 예정자 157명 중에선 3명에 불과하다.

법조계에선 이때문에 법관 최소 법조경력을 확대하기 이전에 장기 법조경력자들을 법원에 끌어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개정안 통과시 채용절차 개선, 처우개선, 재판연구원 증원 등을 위한 논의기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 법조일원화 이후 줄곧 ‘5년 이상’ 요구

대법원은 법조일원화 시행 이후 줄곧 법조경력을 ‘5년 이상’으로 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대법원 측은 “법조일원화 현실에 맞게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며 “최소 법조경력만을 낮추는 것일 뿐, 오랜 법조경력을 갖춘 법조인의 법관 임용은 앞으로도 적극 실시할 예정이다. 이로써 현재보다 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관 임용의 문턱을 높인 것이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선 “그동안 문턱을 낮추고 지원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 왔다”며 “이러한 노력에도 국민에게 봉사할 최소한의 자질을 갖춘 분들의 지원이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법관 임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에 봉사할 수 있는 사명감과 최소한 자질을 갖춘 법관이 충원되지 않는다면 법관 수가 오히려 감소할 것”이라며 “재판 지연 현상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헌법에 따라 임기가 보장된 법관을 임용함에 있어 최소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아울러 “법조경력을 10년 이상 요구하는 경우는 주요국에서 거의 없다”며 “변호사 수 역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적어 법조일원화를 우리 현실에 맞게 정착시키기 위해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법학교수회도 법조 최소경력 완화안을 지지해왔다. 변협은 지난달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 통과 후 성명서를 통해 “법조일원화를 현실에 맞게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라며 “사법개혁 후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학교수회도 “최소 법조경력을 현재 법원조직법과 같이 늘릴 경우 우수 인재가 사법부에 지원할 가능성은 낮다”며 ‘10년 이상’을 고집하는 일부 법조계를 향해 “이상론에 치우쳐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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