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20대 총선 참패 이후 계파갈등 해소를 다짐했던 새누리당이 친박 vs 비박간 최악의 계파갈등이라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새누리당은 17일 오후 국회에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각각 열고 정진석 원내대표 체제의 비상대책위원회를 인준하고 김용태 위원장 체제의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친박계 다수가 이날 회의가 불참하면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무산됐다. 전날 친박계 당선인 20명은 김용태 혁신위원장과 비상대책위원 인선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며 수용불가 입장을 내비쳤다. 강성 비박계 일색인 만큼 형평성을 잃었다는 것. 정 원내대표는 이러한 친박계의 반발에 비대위원 추가 인선을 약속하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친박계가 이를 거부하며 초강경 반발 모드에 나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결국 총선 참패 이후 천신만고 끝에 마련한 새누리당 비대위와 혁신위 체제는 사실상 물거품이 된 것. 비박계인 정두언 의원은 “이건 정당이 아니고 패거리 집단이다. 동네 양아치들도 이런식으로는 안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특히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오늘 새누리당에서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를 잃었다. 국민에게 무릎을 꿇을지언정 그들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다”고 성토하면서 혁신위원장을 전격 사퇴했다.
새누리당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오리무중의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이른바 비대위·혁신위 투트랙 체제를 통해 새누리당의 재도약을 주도했던 정진석 원내대표의 앞날마저 불투명해졌다.
특히 이날 비대위 인준 불발로 총선참패 이후 한 달여간 지도부 공백 사태를 여전히 해소하지 못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유지했다. 또 총선참패 수습과 차기 대선에서 집권 비전 마련을 위한 혁신위원회 활동 역시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좌초됐다. 이 때문에 총선 공천을 거치며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새누리당의 계파갈등은 최악의 경우 분당 위기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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