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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를 타는 와인 마니아' 이희상 동아원 회장, 그룹 위기 자초했나

이연호 기자I 2015.12.18 15:58:25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유독 와인에 관해서만큼은 냉철하지 못했다.”

과거 동아원(008040)그룹 자산 매각에 관여했던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와인 애호가로 잘 알려진 동아원그룹 이희상(사진) 회장은 다른 자산 매각에는 전혀 관심도 갖지 않다가 와인 계열사 매각 얘기만 나오면 모든 세세한 사항까지 신경쓰고 나서는 바람에 딜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페라리를 타는 와인 마니아’로 재계에 널리 알려진 이 회장의 각별한 와인 사랑으로 인해 자산 매각이 늦어지면서 결국 그룹 전체가 위기에 처했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부채비율이 무려 789%에 이르자 동아원그룹은 올초부터 적극적으로 계열사 및 자산 매각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고 결국 그룹의 지주사격인 한국제분까지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였던 JKL파트너스에 이어 차순위협상자였던 한화자산운용 컨소시엄마저도 인수를 포기하면서 딜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급한 불을 끄기 바쁜 동아원그룹으로선 한국제분 매각이 무산되면서 궁지에 몰리게 됐다. 오늘(18일) 만기 도래하는 300억원 규모 공모회사채 상환을 위해 원매자의 협조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원매자의 자금 협조는 산업은행의 자산유동화담보부대출(ABL) 승인의 전제 조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제분 매각이 무산된데 따른 회사채 상환 불이행 우려에 국내 주요 신용평가회사들은 동아원의 기업신용등급을 일제히 투기등급(B+→CCC+)으로 내렸다. 한국제분 딜 무산 위기가 곧 그룹 전체 위기로 번지게 된 셈이다.

앞서 동아원그룹은 나름대로 자구 노력을 펼쳐 왔다. 올초부터 마세라티, 페라리 등 슈퍼카 수입·판매사인 FMK(포르자모터스코리아)를 시작으로 △운산빌딩 △포도플라자 △당진탱크터미널 △코도피드밀 △탑클라우드코퍼레이션 △나라셀라 등 자산 매각을 빠르게 진행해 왔다. 그러나 와인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들의 경우 매각이 지나치게 지연되거나 매각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올초부터 매각을 추진하던 와인 수입 회사 나라셀라의 경우 몇 차례나 매각이 무산된 끝에 이달 초에야 와인유통 업체인 오크라인에 매각됐다. 이 회장이 최대한 비싼 가격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레스토랑 운영회사인 탑클라우드코퍼레이션을 매각할 때도 와인 바인 ‘뱅가’만 제외하고 팔았다.[☞관련기사 본지 11.17일자 ‘[단독]동아원그룹, 고급 레스토랑 탑클라우드..서울향료에 매각’ 기사 참조]

1000억원 이상의 자산 가치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 매각 작업도 최근에야 겨우 시작했다. 이 회장이 벼랑 끝에 몰리고서야 결국 품 안의 와인 사업을 마지못해 내놓은 탓에 동아원그룹 전체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게 IB업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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