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의 벽에 가로막힌 '천아용인' "개혁의 길 계속 걷겠다"

경계영 기자I 2023.03.08 19:26:14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이준석계 모두 낙선
"떳떳한 패배…낙선자 비전까지 담는 당이길"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이준석 사단’으로 꼽히던 ‘천아용인’(천하람 당대표 후보와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이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 지도부에 입성하는 데 실패했다. 이들은 “보수정치가 앞으로 나아가도록, 개혁의 길을 가도록 계속 걸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4~7일 실시된 모바일·자동응답전화(ARS) 투표를 합산한 결과를 보면 천하람 후보는 6만9122표(총 득표율 14.98%)를 얻으며 김기현(52.93%)·안철수(23.37%) 후보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 마지막날 출마를 결정하며 당대표 경선을 흔들었지만 김·안 후보의 ‘양강’ 구도를 깨진 못했다.

최고위원 투표에선 김용태 후보와 허은아 후보가 각각 9만9115표(10.87%), 9만276표(9.90%)를 득표해 본선에 오른 후보자 8명 가운데 6·7위에 그쳤다. 정미경 최고위원 후보(7만4890표·8.21%)를 제외하면 다른 후보들과 달리 10만표도 얻지 못했다.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는 8만4807표(18.71%)를 얻어 2위에 올랐지만 1위인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 당선자(25만36표·55.15%)와 득표율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천아용인은 당내 주류인 ‘친윤’(親윤석열 대통령) 진영의 ‘조직표’를 넘진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엄경영 시대연구소장은 “국민의힘 당원은 선거인단 규모가 커지고 분포도 전국으로 확장됐지만 당원 구성에서 영남권 비중이 40%에 육박하고 50대 이상 비중도 67%가량이어서 한계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천아용인은 낙선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혁보수 노선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천하람 후보는 “선거 때마다 길에 무릎 꿇고 한 번만 살려달라고 외치는 모습 대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분노의 정치 대신, 사회문제를 자유롭게 논의하며 이성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보수를 만들고 싶었다”며 “여러분 성원을 씨앗으로 삼아 앞으로도 진정한 천하람의 정치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보수정치가 과거로 퇴행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개혁의 길로 가도록 저와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은 계속 걸어가겠다”고 부연했다.

낙선에 대해 “오늘은, 우리의 ‘패배’가 아니라 저의 부족함”(허은아 후보), “지지자 여러분은 최고였지만 제가 부족했다”(김용태 후보)라며 두 후보 모두 이번 결과를 자신의 과오로 돌렸다.

허 후보는 “주춤해도, 더디더라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그 발걸음이 쌓이고 쌓여, 우리의 내일에 답할 것”이라며 “꺾이지 말고, 함께 당당하게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김용태 후보도 “어릴 적부터 꿈꿨던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한 단계 한 단계 그려왔다”며 “앞으로도 소신을 지키며 국민과 당원 곁에서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이기인 후보는 “떳떳한 패배여서 좋다”며 처음부터 불리한 구도는 명확했지만 이를 알고도 출마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역설했다. 그는 “낙선한 이들의 비전까지 담아내는 당이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만드는 개혁의 물결, 포기하지 마시고 끝까지 함께 손 보태주달라”고 당부했다.

김기현(왼쪽부터), 안철수, 황교안,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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