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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넷플릭스에서 대박을 낸 한국 제작사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메타버스에서도 인기다. 18일 로블록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오징어게임을 영문명(squid game)으로 검색하면 관련 콘텐츠만 1000 개를 훌쩍 넘긴다. 오징어게임 유튜브 영상이 넘치는 것처럼, 메타버스도 예외는 아니다. 오징어게임이 화제가 된 지 3주 정도 만에 폭발적으로 콘텐츠가 늘었다.
메타버스는 ‘이용자가 자유롭게 만드는 가상세계’다. 유튜브 영상을 올리는 것처럼, 로블록스 제작도구를 활용해 간단하게라도 만들어 금세 콘텐츠를 올릴 수 있다. 유행을 좇는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오징어게임 검색 결과 첫 번째(1순위)에 놓인 콘텐츠를 체험했다. 오전 7시께에도 상당수 이용자가 접속해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접속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즐기는 활동 이용자만 4만 명을 꾸준히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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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절 만에 1000만명’ 방문자 급증
검색 결과, 첫 번째에 오른 이 게임은 트렌드세터 게임즈가 만들었다. 지난 9월 24일 개발을 마쳤다. 이후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에 누적 방문이 1억 9100만건을 넘어섰다. 18일 이른 오전을 넘겨 오후가 되자 그 사이 1000만명이 더 들어왔다. 누적 1억 9250만명을 기록했다. 놀랄만한 흥행 속도다.
개발팀 인원은 8명. 이 중 대표자로 추정되는 한 명은 자신을 미국에 있는 컴퓨터과학(CS)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소개했다. 이메일로 사업 문의도 받는 중이다. 트렌드세터(trend setter, 유행을 이끄는 사람)라는 말대로 메타버스 조류에 올라타 성공했다.
로블록스에선 앱마켓처럼 매출 순위가 없어 개별 게임이 얼마나 돈을 버는지 알 수 없다. 게임 수익모델은 플레이 시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는 유료 패스와 캐릭터 꾸미기 아이템 판매, 즉시 부활할 수 있는 유료(캐시) 선택지 등이 있다. 무료로 즐기되, 이용자 선택에 따라 소액 결제하는 방식이다.
검색 결과 하단으로 내려갈수록, 콘텐츠 내 활동 이용자가 수천명 대에서 수십명 대로 떨어지고 심지어 접속자가 영(0)으로 표기된 게임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트렌드세터 게임즈와 만든 시기가 비슷한 게임도 적지 않다. 이들 게임은 경쟁 대열에서 밀려났다. 반면, 이용자 선택을 받은 인기 게임은 접속자가 1만 명을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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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오는 2025년 메타버스 산업 규모가 2800억달러(약 332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30년이 되면 메타버스 시장이 무려 1조5429억달러(약 1831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봤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오징어게임 같은 이례적인 흥행 사례를 반영하지 못한다. 언제 어디서 단시간 내 이처럼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고 방문자 1억 명을 넘기는 게임이 튀어 나올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세간의 전망보다 메타버스 시장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앱마켓과 모바일게임 초창기 시장 전망이 실제 성장세를 못 따라간 것과 닮았다.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는 메타버스 보고서를 통해 향후 산업 변화상에 대해 △인공지능(AI)이 녹아든 콘텐츠의 등장 △비(非)게임 인구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로 확대 △무제한 접속 인원 기술 도입 △대체불가토큰(NFT)과 연계한 ‘플레이투언(P2E, 수익추구형) 콘텐츠 확장 △‘클라우드 네이티브(최적화)’로 동작하는 플랫폼 서비스 등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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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관망 중…국내선 게임법 규제 상존
현재 메타버스는 개인이나 팀 창작자 기반 콘텐츠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기업들은 아직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다. 이유는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플랫폼 정책 때문이다.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부회장은 “로블록스 내 개발툴(도구)을 가지고 제한된 환경에서 이용자들이 노는 재미 요소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지, 전문적인 이커머스 트래픽을 만들어 콘텐츠를 유통하는 건 아직은 먼 얘기”라고 개발 현황을 전했다.
주요 선결과제는 ‘이용자 정보의 재활용’이다. 트렌드세터 게임즈 제작자가 차기작을 낸다 해도 기존 확보한 방문자 정보를 활용할 수 없다. 로블록스 플랫폼 지표로 잡힐 뿐이다. 플랫폼이 이용자 정보를 개방한다면 기업들이 뛰어들 여지가 생긴다. 게임 내 화폐 인출 등 다소 복잡한 수익분배 구조 개선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국내에선 게임법 규제도 상존하는 위협 요소다. 메타버스 플랫폼 또는 콘텐츠를 게임으로 본다는 판단이 나온다면 등급분류부터 과몰입 이슈, 블록체인 등 신기술 적용 등 여러 측면에서 제한이 걸린다. 지난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볼 것이냐’ 질의가 나왔다. 당시 김규태 게임물관리위원회장은 “결국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메타버스랩 소장)는 “메타버스에 꼭 규칙과 우승자가 있고 레벨에 올라가는 콘텐츠만 있는 것 아니”라며 “게임에 소셜 미디어가 동시에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어서 “메타버스가 게임법으로 관리를 받게 되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플랫폼의 문제만이 아닌 메타버스를 경험하는 소비자에게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