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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고 재발방지 처벌 강화에…건설업계 ‘긴장·우려’

김나리 기자I 2021.08.10 16:59:38

정부, 광주 붕괴사고 재발방지 대책 발표
처벌 강화 위주 대책에 부당 처벌 우려 확산
“처벌 초점 맞추기 보단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이데일리 김나리 황현규 기자] 정부가 광주 철거 건물 붕괴참사와 같은 건설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불법 하도급에 대한 처벌 수위를 크게 강화한 내용 등을 담은 대책을 내놓으면서 건설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이번 대책으로 인해 불법 재하도급에 대한 경각심은 커지겠지만 원청 입장에선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부당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처벌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현장의 전체적인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동구청과 건설사, 건축사 관계자들이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광주 붕괴사고 재발방지 대책 발표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정부는 10일 ‘광주 붕괴사고 재발방지 대책’ 관련 정부 합동 브리핑을 갖고 불법하도급 처벌 강화 방안을 밝혔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불법하도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원도급사의 책임을 더 높이는 것이다.

현재는 불법하도급(일괄, 동종, 재하도급)으로 5년 이내 3회 적발된 경우에만 건설업 등록말소를 실시 중이다. 일명 3진 아웃제다. 그러나 앞으로는 2진 아웃제를 도입, 10년 간 2회의 불법하도급이 적발되면 건설업 등록을 말소한다. 나아가 사망사고 발생 시에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즉시 등록을 말소한다.

또한 불법하도급 적발시 하도급사 뿐 아니라 원도급사(하도급 관리의무 미이행)와 하수급사(적법성 확인의무 미이행)도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

아울러 국토부와 지자체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단순 행정조사가 아닌 공식수사를 통해 불법하도급을 적극 단속·적발토록 한다. 기존 지자체의 불법하도급 단속이 압수수색 등의 권한이 없는 행정조사에 그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부 효과는 있겠지만 부당 처벌 가능성도”

업계에서는 원도급사가 현실적인 문제로 불가피하게 재하도급을 잡아내지 못할 시에는 부당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모든 공사의 재하도급을 원도급사가 감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원청이 불법 재하도급을 권장하거나 지시하는 건 특수한 경우로, 원청이 하도급업자에게 재하도급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결론적으로 불법 재하도급의 1차적인 책임은 하도급업자로, 원청의 관리책임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가 애매하다. 무한정으로 관리책임이 부과되면 원청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관리 의무를 무한정 확대하는 것은 원·하도급 관계를 종속적으로 하라는 것으로, 하도급 계약이 대등적 관계로 가야 하는 것과는 상충하는 부분”이라며 “특히 사업장이 많은 원청사 입장에서는 자칫 사고가 하나라도 나면 아예 등록이 말소돼 버리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원도급사인 HDC는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채 업계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업계의 문제도 있는 것은 맞지만, 부실 하도급 업체를 선정하고 의무를 방기한 HDC로 인해 업계 전반이 피해를 보게 됐다”며 “특히 당사자인 HDC는 이번 사고에 별다른 처벌도 받지 않지 않고 빠져 나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처벌 초점 맞추기 보단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업계에선 처벌 강화에 초점을 맞춘 대책 대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대한건설협회 측은 “처벌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단 부분별로 하도급을 주되 원청의 직접 시공을 확대하고 발주처 책임도 강화하면 현장의 전체적인 안전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건전성 강화를 병행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건설업 설립 문턱이 낮아지면서 중구난방으로 건설사가 생겼고, 이 때문에 관리가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전문성을 기반으로 건설업 설립 요건을 강화하고, 자격 조건을 갖추지 못한 건설업을 퇴출시키는 방안 등도 논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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