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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전할 北 비밀 메시지는? 文대통령, 북미대화 중재 전력

김성곤 기자I 2018.03.08 17:05:11

文대통령, 남북 예상밖 합의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신중론
정의용 안보실장·서훈 국정원장, 2박4일 일정 대미특사 성격 방미
특사단 방북결과·北메시지 전달…트럼프 대통령 면담 여부 주목
북미, 대화 유불리 따지며 주판알 튕기기…文대통령 승부수 통할까?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8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대화 중재에 운명을 걸었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대북특사단 방북 이후 이어진 남북화해 무드를 북미대화로 연결시켜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대북특사단으로 평양을 방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과 면담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사실상 대미특사 성격으로 8일 오전 미국에 보냈다. 문 대통령의 승부수다. 대화 가능성을 탐색하는 북미가 이해득실을 따지며 주판알 튕기기에 나섰지만 문 대통령은 북미 양측을 중재, 대화를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북미대화에 대한 미국의 반응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맑음 또는 흐림으로 엇갈릴 수 있다.

◇文대통령, 예상 밖 남북합의 성과에도 신중론 “아직 갈 길이 멀다”

기대 이상의 남북합의에도 문 대통령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열린 제50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와 관련해 “아직 갈 길이 멀다. 낙관도, 예상도 어렵다”며 “안보관계는 남북 뿐 아니라 북미대화와 비핵화가 같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합의와 정상간 핫라인 설치 등 대북특사단의 파격 성과에도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남북간 대화뿐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지원이 함께 만들어 낸 성과”라면서 “이제 한고비를 넘었습니다만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고비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승부수는 정 실장과 서 원장을 미국에 보내 북미대화를 중재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로 평양을 방문, 김 위원장과 4시간 이상 접견과 만찬을 가졌다. 남북정상회담, 한미연합군사훈련 용인, 비핵화, 북미대화 재개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탐색한 만큼 미국에 이를 전달해서 양측을 중재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우리의 운명을 남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함께 손잡고, 북한과 대화하며 한 걸음 한 걸음씩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초석을 놓겠다”고 다짐했다.

◇정의용·서훈, 트럼프 만나 전향적 해답 얻어올 수 있을까?

이제 관심은 정 실장과 서 원장의 방미 성과다. 표면적 상황은 복잡하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남북화해에 이어 북한의 북미대화 의지를 확인한 만큼 미국의 반응 여부에 따라 북미대화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8일 오전 미국으로 출국, 2박4일간 방미 일정을 소화하고 10일 오전 귀국할 예정이다. 방미 첫 일정으로 마이크 폼페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고위관리를 만난다. 미국 도착과 동시에 안보·정보 분야 수장을 만나는 것. 특히 방미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서 출국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선은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성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가 정확하게 무엇이냐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대북특사단과의 접견에서 “미국과 비핵화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며 “대화기간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재개가 없을 것”이라고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정 실장은 이와 관련해 “미국에 전달할 북한 입장을 저희가 별도로 추가로 갖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메시지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문 대통령과 정 실장, 서 원장을 비롯한 대북특사 5명 등 총 6명밖에 없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후문이다. 북한의 대미 메시지는 관측이 엇갈린다.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수용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6자회담 재개와 참여 시사 등 다양한 카드 중 일부를 사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북한이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대미특사로 보내거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방북을 초청하는 파격적인 카드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대북 특사단 방북 ·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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