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안정적 수익을 자랑하던 보험연계증권(ILS)펀드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하비`와 `어마`, `마리아`까지 대형 허리케인이 잇달아 미국을 강타하면서 보험금 지급이 급증, 그 피해가 ILS펀드에 전가돼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에 머물고 있다.
◇美 허리케인 탓에 ILS펀드 줄줄이 마이너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설정된 총 44개 ILS펀드는 최근 3개월간 평균 4.31%의 손실을 내고 있다. 특히 개별펀드 가운데 ‘흥국ILSx2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은 이 기간중 26.83%에 달하는 손실률을 기록했다. 설정액이 가장 큰 ‘흥국ILS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17’는 3개월새 -12.06%로 원금(설정액 346억원, 순자산 304억원)을 까먹고 있다. 흥국자산운용 관계자는 “10% 이상 손실을 내는 펀드들은 모두 기초자산이 같으며 레버리지형도 있어서 손실 폭이 커졌다”며 “하비와 어마 등 영향이 펀드에 반영되면서 성과가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ILS는 보험사가 자연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가입하는 재보험 보험료와 위험을 제3의 투자자가 떠안도록 한 상품이다. 국내 ILS펀드는 대부분 미국 운용사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형이다. ILS 성과는 기본적으로 위험발생여부(보험금지급여부) 및 ILS에 대한 수요·공급, 재해 발생 확률에 의해 결정되는 프리미엄, 단기금융자산 수익률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신주용 삼성증권 연구원은 “재해가 커질 경우 금융시장에서는 예상 피해규모에 따라 보험사의 가격조정이 나타나게 된다”며 “보험사와 재보험사는 재해지역 손해배상에 대한 손해보험 지급준비금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실제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번 재해로 미국 텍사스와 플로리다주에 손해보험 비중이 높은 3대 보험사들은 분기 재무제표에 손해보험 지급준비금을 반영하며 보험금 청구에 대비한다고 발표, 10% 이상 가격 조정을 받았다.
더구나 ILS 유형을 보면 재해채권(캣본드), 담보부재보험(CRI), 산업손실보증(ILW) 등으로 구분되는데 일부 자산에 치중돼 손실이 더 컸다는 지적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손실이 큰 ILS펀드 대부분이 CRI 비중 높은 펀드를 담고 있다”며 “유형별 분산투자가 잘 된 펀드들은 10% 이하의 손실로 일정 부분 방어를 잘했다”고 말했다.
◇재보험료율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 기대
한편 재해 발생후 재보험료율 상승을 통해 ILS펀드 수익성 개선은 기대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재해가 매년 반복되지만 않는다면 보험료율 상승을 통해 재보험시장은 회복기를 거치고 펀드 수익률도 동반 상승세를 보일 수 있어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작은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2년간은 연 10%의 수익을 냈다”며 “현재 보험료율 상승 기대감에 저점에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국내에 설정된 펀드들은 폐쇄형으로 중도에 환매하거나 추가 납입이 불가능하다”며 “추가로 재해가 발생하면 이번에 큰 폭의 손실을 낸 펀드의 원금 회복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