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채용 축소로 소비위축→내수침체 악순환

박철근 기자I 2016.12.13 16:28:17

채용계획 있어도 규모 축소 예상
대기업·공공기관 단기간 일자리라도 늘려야
중기 이미지 개선·채용 관련 조세지원책 확대 주문
내년 경영환경 ‘파부침주’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국내 중소기업 10곳 중 약 8곳이 내년 채용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에 머무르고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취업대란은 국내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 종사자 1596만명(이하 2014년 기준) 가운데 중소기업 종사자는 87.9%인 1402만명이다. 대부분 근로자들이 종사하는 중소기업의 채용전망이 어둡게 나타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내수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상황이 어려울 때일수록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면서도 “투자나 고용 등 적극적으로 하자는 말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자료= 중소기업중앙회)
◇채용계획 있어도 규모 감소할 듯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내년 채용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은 18.1%에 그쳤다. 그나마 채용계획을 가진 기업도 채용규모를 올해보다 줄일 계획을 갖고 있는 곳이 많아 취업난이 어느 때보다 심화될 전망이다.

반도체 팹리스업체 A사 관계자는 “기술 중심의 사업을 하다보니 신입을 뽑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올해는 25명의 신입·경력직원을 뽑았지만 내년에는 이보다 채용인원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LED(발광다이오드) 칩 전문업체 B사는 연간 2회 실시하던 신입 공채를 내년에는 연 1회만 실시할 예정이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C사 역시 채용계획은 있지만 15명을 채용한 올해보다는 인원을 줄일 예정이다. C사 관계자는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나 고용증가 인원에 대한 사회보험료 세액공제 등 각종 조세지원정책의 요건을 완화하거나 한도를 높여주는 것도 중소기업 채용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2017년 경기 전망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계약직 등 단기간 일자리라도 늘려야

전문가들은 일자리 확대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경제가 안정돼야 채용을 포함한 투자를 늘릴 수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무엇보다 경제안정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대기업·공공기관들은 계약직이라도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맞다”며 “추운 겨울에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한시적으로 공공근로사업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중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에 대한 이미지 제고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방범용 창호업체 성광유니텍의 윤준호 대표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고된 노동강도에 비해 임금이 낮다는 선입견 때문”이라며 “우수 중소기업에 대해 널리 알려 중소기업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인식 전문기업 슈프리마(236200)의 이재원 대표는 “대학 교육을 통해서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인재를 배출하기 어렵다보니 신입보다는 경력직 채용 위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과정을 산업현장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도록 개편하는 것도 채용확대를 위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경영환경은 ‘파부침주’(破釜沈舟)

중소기업계는 내년 경영환경을 절망 끝에 선 상황으로 내다봤다.

중기중앙회가 300개 중소 제조·서비스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경영환경을 ‘사자성어’로 전망한 결과 23%가 ‘파부침주’(破釜沈舟)로 답했다. 사기 항우본기에 나오는 이 말은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인 각오로 싸우겠다는 결의를 비유한 것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전장과 같은 경영환경에서 사력을 다해야만 극복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게 중기업계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풍전등화 △변화난측 등을 내년 경영환경 전망과 관련한 사자성어로 꼽아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 중소기업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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