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성난 민심에 사상 초유의 처방전이 나온 만큼 여차하면 ‘세금 봉기’가 또 일어날 수 있는 구조가 돼버렸다. 이 때문에 이참에 정치권이 나서 ‘증세없는 복지’가 불가능함을 인정하고, 세율을 올리고 세목을 신설하는 식의 증세까지도 공론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달 4일 국회 기재위 회의…증세 논의 본격화 관심
최근 몇 년 증세가 아예 없진 않았다. 여야는 지난 2013년 당시 △소득세 최고세율(38%) 과세표준 구간을 당초 ‘3억원 초과’에서 ‘1억 5000만원 초과’로 낮추고 △대기업의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기존 16%에서 17%로 1%포인트 높이는 등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소폭 증세에 합의했다. 상위층의 조세저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도 요인이었다. 여당의 한 경제통 재선 의원은 “지역구에서 보면 세금을 정말 많이 내는 고소득자들은 아무런 얘기도 못하고 끙끙 앓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증세의 화살이 서민 중산층 직장인을 향하자 대란은 현실화됐고, 세법 체계는 무너져버렸다. 특히 설명이 부족한 ‘예기치 못한’ 증세였다는 점이 컸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처럼 야금야금 세금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게 이번에 증명됐다”면서 “그렇다고 복지를 줄일 수도 없고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는 증세를 놓고 터놓고 얘기하자는 주장이 많아졌다. 세수 부족이 만성화된 상황에서 복지 수요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불편하지만 솔직히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번처럼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면 제2·제3의 봉기는 언제든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野, 증세 공론화 더 적극적…與 “증세 없다” 선긋기
증세 논의는 야당이 더 적극적이다. 기획재정위 야당 간사인 윤호중 의원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여당은) 매년 세수부족분이 늘어남에도 근본대책을 세우고 있지 않다”면서 “우리 국민의 세금부담 전반에 걸친 근본대책부터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당에서 강조하는 ‘부자증세’를 넘어서는 프레임으로 읽힌다. 새정치연합은 증세 이슈를 두고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린 새누리당보다 덜 민감하다.
여당은 증세 공론화에 부정적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연말정산 파동은) 증세로 연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대표적인 건전재정론자로 증세에 다소 전향적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는 내년 총선까지 염두에 두면 증세를 테이블에 올리긴 부담스러운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까지 나서 “박근혜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밝혀왔던 ‘증세는 없다’는 원칙은 지금도 유효하다”(안종범 경제수석)고 강조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연말정산은 환급 부담에 따른 것일 뿐 증세와는 관계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여당 내부에는 재정건전성 차원에서 증세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부쩍 많아졌다. 여당의 수도권 재선 의원은 “(소득세·법인세 같은) 직접세의 세율 인상도 이제는 검토해야 한다”면서 “증세 외에는 복지수요를 감당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시기상 민감한 것이지 증세 논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소득세 논의는 여야 부담…법인세도 입장차 상당해
그럼에도 세율 인상 등 본격 증세는 개혁 수준의 역사적 과업으로 평가된다. 연금 개혁만큼이나 어렵다는 얘기다. 일단 당장 소득세율을 수정하기는 여야 모두 부담스럽다. 연말정산 사태로 인해 소득세에 대한 조세저항이 상당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도 최근 한차례 이뤄져 또 인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법인세율은 정치적 쟁점이 첨예하다. 야당이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22%→25%)을 주장하는데 반해 여당은 이를 꺼리기 때문이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소득세·법인세 인상은 경제에 직격탄이 된다”고 했다. 반면 홍종학 새정치연합 의원은 “법인세 감세를 철회하면 몇 조원의 상당한 세수확보가 가능하다”고 했다. 법인세는 야당의 주장이 강한 만큼 세율 인상 외에 비과세 감면 등의 방법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부가가치세 역시 논의에 포함될 수 있다. 부가가치세는 조세부담이 거래과정을 통해 사업자로부터 최종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간접세다. 그래서 조세저항이 직접세에 비해 작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는 1977년 신설 이후 계속 10%다. OECD 평균보다 8%포인트 이상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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