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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수익 이도형 기자] 여수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 연이은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이 6일 전격 경질된 것은 “더 이상의 여론악화는 심각하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 대통령이 여수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 해당부처의 안일한 태도를 1차경고했음에도 윤 장관이 또다시 부적절 발언 논란을 키운 것이 결정적이었다는게 여권내 반응이다. 여권 관계자는 “더 이상의 여론악화는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임계치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정보유출 사태와 관련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어리석은 사람’ 발언 이후 또다시 불거진 정부 장관들의 자질논란을 더이상 방치할 경우 6·4지방선거 등 향후 주요 정치일정에서 고스란히 여권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앞서 윤 장관은 여수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 사고 발생 다음날인 지난 1일 현장을 방문해 손으로 코를 막은 채 “피해가 크지 않다고 보고받아 심각하지 않은 줄 알았다”고 언급, 한차례 곤욕을 치렀다. 이후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관련부처의 안일한 태도를 경고했지만, 윤 장관은 같은날 오후 국회 농해수위 긴급현안질의, 이튿날 오전 사고대책을 위한 당정협의에서 또다시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다.
4일 농해수위 긴급현안질의에서는 19년 전 시프린스호 기름 유출 피해를 입었던 여수주민들이 또 다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그때와는 유출된 기름)량이 많이 차이 난다. 정부는 시스템대로 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고, 5일 당정협의에서는 “1차피해자는 GS칼텍스이고 어민들은 2차피해자”라는 답변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의 거센 질책을 받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간간이 웃음 띤 표정을 보여 “상황이 심각한데 지금 웃음이 나옵니까”, “자꾸 웃지 말고 이야기하세요”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6일 들어서는 강경기류가 더 확산됐다. 여당지도부 일원인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진숙 장관이 과연 제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 모르겠다”며, 사실상 당내에서 첫 사퇴론을 제기했다. 이어 함진규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11시30분 현안브리핑을 통해 “생계현장을 파괴당한 막막한 마음을 부여잡고 기름 제거에 여념이 없는 주민을 위로하고 수습책을 모색해야 할 분이 어민들의 상처 난 마음에 소금을 뿌리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는 당내 일각의 목소리가 아닌 대변인의 공식 논평으로 무게감을 한층 더했다.
이러한 여당내 기류는 대정부질문을 위해 국회에 출석 중이던 정홍원 국무총리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정 총리는 오전 대정부질문에서 윤진숙 장관의 거취문제에 대해 “(윤 장관) 본인도 죄송한 생각을 갖고 있다”며 다소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오후에는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의 해임건의 요구 질의를 받고 “해임건의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 깊이 고민중이고 오늘 중 결론내겠다”며 한층 강도높은 언급을 내놓으며, 사실상 경질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후 정 총리는 헌법상 부여된 총리의 권한인 ‘해임건의’를 박 대통령에게 행사했고, 박 대통령은 이를 수용해 윤 장관에 대한 해임을 결정했다.
다만 야권 등으로부터 그동안 윤진숙 장관과 함께 경질요구를 받아왔던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거취문제는 당분간 유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홍원 총리는 이날 대정부질의에서 현 부총리에 대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해임건의 요구에는 “부총리가 사과를 했고 지금은 경제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그런 점을 이해해달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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