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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계좌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은행 예금이 감소할 수 있다는 은행업계의 우려를 반영, 서클(Circle)이나 테더(Tether) 같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고객 유치를 목적으로 이자나 보상을 지급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그러나 이 법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중심으로 한 제3자 중개업체가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을 운영할 가능성까지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이날 OCC가 확정한 최종 규칙에서도 코인베이스(Coinbase)와 크라켄(Kraken) 같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고객의 스테이블코인 단순 보유나 사용, 거래를 위한 잔액 유지에 대해 이자 또는 보상을 지급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다른 활동에 대해서는 개별 사안별로 보상 지급 허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OCC는 허용되는 활동의 구체적인 목록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허용 가능성이 있는 활동의 하나로 유니스왑(Uniswap) 같은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유동성 풀(liquidity pool)’ 참여를 꼽고 있다. 유동성 풀에서는 이용자들이 서로 교환할 수 있는 두 종류 이상의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한다. 이를 통해 거래에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급격한 가격 상승이나 하락을 억제하는 데 기여한다. 이용자들은 유동성 공급에 대한 대가로 거래 수수료 수익이나 기타 인센티브를 받는다.
이러한 활동은 시행규칙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OCC가 규정 위반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번 결정은 앞서 제시됐던 규칙 초안과는 상당히 달라진 것으로, 가상자산 업계가 지지해 온 방향이다. 당초 규칙안은 이자나 보상을 지급하는 약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해당 활동이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점을 사업자가 소명할 수 있도록 ‘반증 가능한 추정(rebuttable presumption)’ 방식을 적용하려 했다.그러나 최종 규정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폐기됐다.
721쪽에 달하는 최종 규칙이 공개된 지 몇 시간 만에 미국은행협회(ABA)는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롭 니컬스 ABA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이번 규정에는 몇 가지 긍정적인 조치가 포함돼 있지만, OCC가 스테이블코인 수익 지급에 관한 당초 입장에서 물러난 결정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지역사회 대출을 보호하려는 의회의 명확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플랫폼의 현행 관행을 유지하도록 하는 최종 규정이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반면 가상자산 업계는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블록체인협회(Blockchain Association)는 앞서 OCC에 반증 가능한 추정 조항을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이 조항이 유지됐다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제3자 간의 보상 지급 약정이 법률상 수익 지급 금지를 위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업계가 입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협회는 해당 조항이 의회의 입법 의도를 넘어서는 규제라고 주장해 왔다. 또한 최종 규정이 법률 조문에 더욱 충실하게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린지 프레이저 블록체인협회 최고정책책임자는 성명에서 “OCC가 업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 데 특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최종 규정에 공개 의견수렴 기간 동안 협회 회원사들이 제안했던 변경 사항들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로펌 데이비스 라이트 트레메인(Davis Wright Tremaine)의 파트너 변호사인 스티브 개넌은 이번 최종 시행규칙 덕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간접적으로 제공되는 수익의 정당성을 설명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즉 단순한 스테이블코인 보유에 대한 이자 지급이 아니라, 실제 경제적 효용이 있는 활동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개넌 변호사는 “발행사가 그런 설명을 제시하기 어렵다면 애초에 수익을 지급해서는 안 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5년 지니어스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스테이블코인 수익 지급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은 계속됐다. 이에 가상자산 산업 전반의 시장구조를 규율하는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 논의에도 영향을 미쳤다. 클래리티법은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는 입법이 지연돼 왔다.
상원에서 논의된 법안은 어떤 활동에 대해 인센티브 지급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최종 판단을 상당 부분 규제당국에 맡기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최근 법안 문구에 따르면 규제당국은 법 시행 후 1년 이내에 허용 가능한 보상과 인센티브의 범위를 정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이자가 지급되는 은행 예금에 대한 이자 또는 수익 지급과 경제적·기능적으로 동등하지 않은 진정한 활동이나 거래에 기반한 보상 또는 인센티브” 가운데 어떤 것이 허용되는지를 정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법안은 허용 가능한 활동의 사례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장조성 활동을 위한 유동성 공급이 포함된다. 이는 유동성 풀에 참여해 유동성을 제공하는 행위 등을 의미한다.
클래리티법에는 이른바 ‘규제 차단장치(regulatory circuit-breaker)’ 조항도 포함돼 있다. 이 조항은 스테이블코인으로의 자금 이동으로 지역은행의 예금이 크게 감소할 경우, 규제당국이 기존에 허용했던 이자나 수익 지급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여기서 지역은행(community bank)은 총자산이 100억달러 미만인 은행으로 정의된다. 이들 은행에서 예금이 이탈해 은행 예금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substantial detrimental impact)’이 발생한 경우 규제당국이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일종의 ‘킬 스위치(kill switch)’ 조항인 셈이다.
개넌 변호사는 OCC의 최종 규정이 스테이블코인 수익 지급에 대해 당초 예상보다 덜 제한적인 방향으로 확정된 만큼, 클래리티법에 포함된 이러한 안전장치가 법안을 둘러싼 일부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레임덕 회기 동안 핵심 내용만 담은 간소화된 클래리티법을 통과시킬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레임덕 회기는 선거 이후 새 의회가 출범하기 전까지 기존 의회가 활동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이밖에 이번 시행규칙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허용 업무와 준비자산 구성, 상환, 위험관리, 감사 및 보고·감독, 인가와 등록, 해외 발행사 검사 및 감독, 승인 취소 및 철회 요건, 자본 및 운영 안전장치 등이 담겼다. 이번 규칙은 미국 국법은행(national banks), 연방 저축기관(federal savings associations), 외국은행의 연방 지점 및 이들의 자회사에 적용된다. 또 해외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연방 적격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사(federal qualified payment stablecoin issuer) 승인을 신청하거나 이미 승인받은 비은행 기관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은행비밀법(Bank Secrecy Act·BSA), 자금세탁방지(AML),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경제제재와 관련된 규정은 이번 규칙에 담기지 않았다. 이들 사항은 미국 재무부와의 협의를 거쳐 별도의 규정 제정 절차를 통해 마련될 예정이다. 따라서 2027년 1월 시행에 대비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최소 두 단계에 걸쳐 연방 차원의 규제 준수 체계를 적용받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