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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국채 매각 안했다"는 베센트…SLR규제·바이백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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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슬 기자I 2025.04.16 16:05:59

국채금리 낮아졌지만 유동성 여전히 낮아
美재무차관 SLR 규제완화 가능성 시사…월가는 '환영'
흔들린 미국채 신용도 회복될지는 '미지수'

스콧 베센트(오른쪽에서 두번째) 미국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 재무부가 불안한 채권시장을 다독이기 위해 여러 규제완화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국채 가격 하락세(국채 금리 상승)는 일단 멈췄지만, 떠나간 투자자들이 돌아올 조짐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美국채시장 유동성, 상호관세 발표 전 40% 수준

15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이날 글로벌 채권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3bp(1bp=0.01%포인트) 하락한 4.335%를 기록했다. 2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1bp 오른 3.841% 올랐다. 채권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지난 11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4.6%까지 급상승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주 들어 채권 가격 상승은 주춤해진 모양새다.

다만 여전히 시장은 경계 모드를 풀지 않고 있다. 미국 채권 매수세가 약하기 때문이다. JP모건에서 금리전략을 담당하는 제이 베리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미국 국채 시장의 유동성은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상호관세 발표 이전의 몇 달치보다는 40% 이상 줄어든 상태”라고 밝혔다.

시장 유동성은 국채의 실시간 가격과 이론적인 적정가격의 괴리가 얼마나 벌어져 있느냐로 측정한다. 유동성이 줄어들면 투자자는 희망하는 가격으로 거래가 어려워지고 가격 변동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 장기금리의 하루 가격 변동성을 보면 지난주는 0.2~0.35%까지 벌어졌다. 이 정도 변동성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해 연쇄 부도의 공포가 시장을 덮쳤던 2023년 3월 이래 처음이다.

미국 재무부도 유동성 부족에 주목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전일 블룸버그TV에 이어 이날도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국채 보유 2위국인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할 가능성에 대해 “그러한 징후를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장기물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 주로 시장 내부의 디레버리징(부채 해소) 결과라고 평가했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차입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던 헤지펀드가 시장이 폭락하면서 부채를 급격하게 해소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현·선물 차익거래 포지션도 정리하면서 현물 국채 가격이 폭락(금리 상승)했다는 것이다.

은행들, 美미국채 구원투수되나

베센트 장관은 이 상황을 “불편하지만 정상적인 부채 축소 현상”이라고 설명하며 재무부가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다양하고 방대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수단 중 하나로는 바이백(buyback)을 거론했다. 재무부가 직접 국채를 매입해 유동성(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백은 재무부가 발행했던 국채를 사들여 조기 상환(소각)하는 방식이다.

같은 날 마이클 폴켄더 재무부 차관은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 완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자산회사협회(ICI) 행사에서 “우리가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시장 변동성이 있거나 스트레스 상황이 있을 때 시스템에 충분한 유동성이 유입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라면서 “SLR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제약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채권시장이 대량거래일을 감당할 능력을 높일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도입된 SLR은 자산의 리스크 가중치를 적용하지 않고 은행들이 보유한 자산에 똑같은 자본 요건을 요구하는 규제다. 이는 미국 국채가 위험자산과 동일하게 취급된다는 뜻이다. 만약 SLR 규제가 완화되면 은행은 자기자본 부담이 줄어들어 미국국채를 매입할 여지가 커진다. 실제 코로나19 위기 당시에는 SLR의 국채 적용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미국 금융계는 SLR 규제완화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지난 11일 실적발표에서 “시장이 혼란할 때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개입하는 것은 나쁜 생각”이라며 대기업이 부과되는 여러 자기자본규제를 재검토해 미국 국채의 매매중개 기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SLR 완화는 국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중요한 구조적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의장 역시 미국 은행의 자본 규제 완화가 미국 국채시장의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물론 규제가 완화된다고 해서 한번 흔들린 미국채 시장의 신용도가 바로 높아지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채 발행잔액은 2024년 말 28조 3000달러(4경 418조원)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해 6배 이상 늘어났다.

미국 국채가 이처럼 방대한 규모로 부풀어 오른 상황에서 미국 국채가 안정적으로 소화되고 유통시장에서 원활하게 거래되기 위해서는 미국 국채의 30%를 보유한 해외투자자나 고속매매 펀드 등 다양한 시장참여자들의 존재가 필수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미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 수요의 감소는 수요 구조에 있어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이며, 최근의 사건들은 이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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