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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분 선고' 헌재 심판정에선 무슨 일이…"역사 죄인" 소란

최오현 기자I 2025.04.04 14:24:20

[尹대통령 파면]
4일 오전6시부터 선고까지 헌재 모습
양측 대리인 긴장하며 기도
선고후 尹 측 참담 표정 빠른 퇴정
국회 측 심판정 남아 기념촬영도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입장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23분께 긴급 대국민 담화로 시작된 비상계엄 선포는 헌정 역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이어졌다. 계엄 선포 사태는 123일째 되는 날인 4일 결국 ‘파면’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오전 11시 1분부터 천천히 선고 결정문 요지를 읽어내려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11시 22분 고개를 들어 시계를 확인한 뒤 선고 시각을 알리며 위와 같이 주문했다.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 그날을 시간순으로 따라가 봤다.

대한민국 국운을 가를 날로 기록될 이날 오전 6시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는 분주히 짐을 옮기는 경찰과 취재진들만 보였다. 인근 관훈동에서는 탄핵 찬성 집회에 참가한 수많은 인파가 도로를 가득 메웠고 스피커에선 ‘즉각 파면’이 우렁차게 울렸지만, 경찰이 헌재 150m 내 진입을 차단한 이른바 ‘진공구역’에는 수백대의 차벽이 세워진 채 적막감만 감돌았다.

오전 6시 55분께 8명의 헌법재판관 중 가장 먼저 출근한 사람은 주심 정형식 재판관이었다. 이후 7시 33분부터 김복형, 정계선, 이미선, 김형두 재판관이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출근했다. 8시 15분께 정정미 재판관이, 17분에 조한창 재판관이 나란히 모습을 나타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한층 더 삼엄한 경호와 함께 가장 마지막인 8시 22분께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빠르게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형배(왼쪽부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이미선, 김형두, 조한창, 정정미, 김복형, 정계선 헌재 재판관이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각각 출근하고 있다. 정형식 재판관은 이른 아침 출근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선고까지 2시간이 남은 오전 9시 탄핵소추 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예상시각보다 빠르게 나타나 헌재 경내를 거닐었다. 이후 10시 10분부터 대심판정 문이 열리고 방청객들의 입장이 시작됐다. 오전 10시 40분 전후로 청구인(국회)과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 측 대리인은 마주 본 양측 자리를 모두 채웠다. 이들 역시 이 같은 상황이 신기한 듯 휴대전화를 들어 심판정 사진을 찍고 살짝이 미소를 띄우며 같은 측 대리인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10시 55분 법정 내 주의사항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자 방청객들은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장내가 정돈됐다.

10시 59분 “재판관께서 입장하십니다. 모두 일어서 주십시오”라는 말이 들리고 11시 정각 장내는 적막이 감돌았다. 8명의 재판관은 판결문이 있는 아래 책상과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11시 1분 “지금부터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문 대행의 말로 선고가 시작됐다. 문 대행은 먼저 탄핵심판의 절차적 적법성에 대한 판단 부분을 언급했다. 절차적 적법성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나오자 국회 대리인단 일부는 고개를 끄덕였고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마를 쓸어넘기거나 고개를 들어 천장을 쳐다보기도 했다. 양측 대리인단은 일부는 선고 요지를 들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기도했다.

쟁점별 판단이 나오자 윤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표정은 차츰 굳어갔다.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군통수권자로서 의무를 위반했다는 판단이 나오자 피청구인 측 윤갑근 변호사는 입술을 움찔이며 한숨을 내쉬었고 차기환 변호사 역시 한숨을 쉬며 눈을 감고 경청했다. 선고가 막바지에 달하자 석동현 변호사는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인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등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1시 22분, 파면 결정이 나오자 대심판정에는 짧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야당 의원들이 앉은 방청석에선 박수와 함께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여당의원 중 한 명이 “역사의 죄인이 된 거야!”라고 소리치자 “누가 역사의 죄인이냐”며 야당 의원이 맞받아치는 소란도 연출됐다. 피청구인 측은 착잡한 표정과 함께 빠르게 심판정을 빠져 나간 반면 국회 측은 11시 27분까지 자리에 남아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문 대행은 이날 선고에서 양측을 번갈아보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선고 요지 중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관계에서 관용, 그리고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했다”는 부분을 읽으며 국회 측으로 몸을 돌려 지긋이 쳐다봤다. ‘국회가 탄핵심판제도를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우려를 낳았다’는 탄핵 남발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있었다.

피청구인 윤 전 대통령 측을 향해서는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되고 있다고 인식해 어떻게든 타개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할 정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가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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