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감 ‘의대생 동맹휴학’ 논쟁…98%는 ‘가사휴학’ 신청(종합)

신하영 기자I 2024.10.15 17:50:41

여당 의원들 “2월에 집단 휴학계 제출, 동맹휴학 아닌가”
서울대 총장 “동맹휴학 여부 염두에 두지 않아” 피해가
야당선 “의료개혁 독단성, 서울대 감사 비민주성” 지적
학생 98% 가사휴학 신청…면담선 “등록금 부담 등 거론”

[이데일리 신하영 김윤정 기자]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서울대 국정감사는 의대생 휴학을 놓고 여·야 의원 간 시각차가 극명히 드러난 자리였다. 여당에선 지난 2월을 기점으로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만큼 ‘동맹휴학’이라는 주장을, 야당에선 정부의 일방적 의료 개혁과 서울대 감사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국립대학 법인 서울대학교 등 국정감사에서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료대란, 대통령 일방 추진 탓”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대란의 가장 큰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적 (의료 개혁) 추진에 있다”면서 유홍림 서울대 총장에게 “정부가 진행 중인 서울대 감사가 의대생 휴학 불허를 위한 반민주적이고 불합리한 조치라는 의견에 동의하는가”라고 질의했다. 유 총장은 이에 대해 “휴학 승인 감사에 대한 학내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대학 자율성 침해를 규정하는 게 본질이 아니라 전체 의료 개혁 과정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대 의대생들이 신청한 휴학 성격을 두고서도 여야 간 시각차를 보였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대 역사상 특정 학과 학생들의 90% 이상이 낸 대규모 휴학계를 승인한 적 있느냐”며 지난 2월 집단으로 휴학계를 제출한 상황이 동맹휴학이 아니냐고 질의했다. 유 총장은 “(그동안) 휴학 승인을 보류했던 것은 의대생들의 복귀를 최대한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교육부·대학 본부·의대 모두 같은 목표였고 그 과정에서 동맹휴학 여부인지를 학교는 염두에 두진 않았다”면서 핵심을 비켜갔다.

다만 유 총장은 의대학장의 휴학 승인에 대해서는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서울대에서 모든 학사 운영 권한은 학장에게 있고 의과대학의 휴학 승인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부는 서울대 의대의 집단휴학 신청에 ‘동맹휴학’ 의도가 있다고 보고 이를 승인한 서울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휴학 승인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책임 소재가 부각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 총장은 “서울대는 총장이 학생 휴학까지 승인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이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대학 의대에는 총 743명의 ‘가사 휴학’ 신청이 접수됐다. 서울대는 군휴학·질병휴학·권고휴학·가사휴학 등 4가지 유형으로 휴학 신청을 받았는데 2학기 기준 전체 휴학 신청자(758명)의 98%인 743명이 가사휴학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군 휴학은 15명, 질병휴학과 권고휴학은 각각 0명으로 집계됐다.

◇서울대 총장 “의대학장 휴학승인 존중”

교육부는 지난 6일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을 통해 학생들과의 개별 면담을 통해 휴학 사유를 받도록 요구했다. 서울대 의대생들은 이후 학장과의 면담에서 자기계발, 금전적 사유(등록금 부담) 등을 휴학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가사휴학은 일종의 일반휴학인데 이를 동맹휴학으로 볼 지 여부는 감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오는 21일까지 서울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뒤 휴학 승인과정에서의 문제점이 확인될 경우 시정명령 등 행정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여당과 달리 야당 의원들은 서울대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였다. 고민정 의원이 “휴학이 개인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유 총장은 이에 대해 “휴학은 개인의 선택사항이지만 지도교수와의 상담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지도교수로서 휴학을 신청한 학생을 상담했을 때 사유가 상당히 다양했다”며 “지도교수로서는 학생과 함께 상담을 통해서 휴학을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강남 출신 합격생 증가에 “지역균형선발 확대”

강남 3구 출신 서울대 신입생 비율이 증가하는 등 지역별 교육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에 유 총장은 현재 실시 중인 지역균형선발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2028~2029년도 관련 지역균형선발 확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대입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역균형 전형을 좀 더 확대할 의향은 없느냐”는 질의에는 “높일 것”이라면서도 “데이터에 근거해서 정책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 일정을 제시할 순 없다”고 했다.

다만 지역별 비례선발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최근 한국은행은 상위권 대학이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지역비례선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유 총장은 “현행 입시제도 하에서 비례 형태로 지역 할당을 반영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균형선발의 기본 취지가 지역 비례제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계속 확대·보완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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