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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은 이같은 출자가 최윤범 회장의 개인적인 친분의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사회 결의도 받지 않고 최 회장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고려아연 자금이 사모펀드로 흘러갔다는 지적이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출자 절차에 문제는 없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상법상 펀드 출자는 이사회 결의 사항이 아니며, 적법하게 이뤄진 투자라는 설명이다.
◇ 고려아연, 사실상 원아시아 단일 출자자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지난해 말 기준 결성한 8개 펀드 가운데 고려아연이 90% 이상 출자한 펀드는 △코리아 그로쓰 제1호(94.64%) △저스티스 제1호(99.20%) △탠저린 제1호(99.38%) △그레이 제1호(99.64%) △하바나 제1호(99.82%) 등 총 5개다. 5개 펀드는 사실상 고려아연이 단일 출자자(LP)로 참여한 셈이다.
원아시아 펀드의 전체 약정액 규모로 보면 고려아연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기준 원아시아 8개 펀드의 총 약정액은 6938억원인데, 이 가운데 87%에 달하는 6041억원이 고려아연에서 흘러갔다. 특히 펀드 규모가 1000억원을 넘는 그레이 제1호, 하바나 제1호에 고려아연은 각각 1100억원, 1110억원을 출자했다.
하바나 제1호는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 당시 시세 조종에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하바나 제1호 펀드와 특수목적회사(SPC) 헬리오스 제1호 유한회사 등을 활용해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2월 SM엔터 지분 2.9%를 사들이면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방식의 시세 조종성 매매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고려아연 자금이 SM엔터 시세 조종에 활용됐다는 논란이 불거진 배경이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올해 들어 △저스티스 제1호 △그레이 제1호 △하바나 제1호 등 3개 펀드의 청산을 마쳤다. 이들 펀드에 99% 이상을 출자한 고려아연은 청산 과정에서 투자금 일부와 펀드에 담겨 있던 SM엔터, 정석기업, 타이드스퀘어 지분 등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지분 가치가 하락하면서 고려아연 역시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 MBK·영풍 “최 회장 친분으로 펀드 투자”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출자와 관련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창배 대표는 현금지급기(CD) 및 현금자동입출기(ATM) 회사 청호컴넷 회장 출신으로, 그의 부친은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소속 15대 국회의원인 지대섭 씨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는 중학교 동창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은 이사회 결의를 받지 않고 최윤범 회장의 중학교 동창이자 친구로 알려진 지창배 대표가 운영하는 원아시아파트너스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며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에 투자한 약 5600억원(6월 말 기준 청산되지 않은 펀드 기준)은 고려아연 한해 인건비 총액의 1.4배”라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독립리서치플랫폼 스마트카르마 역시 “지난 몇 년간 고려아연의 부실 투자는 회사를 가장 압박하는 우려사항들 중 하나”라며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건들이 재무적으로 말이 되지 않기(do not make financial sense) 때문에 이에 대한 MBK의 우려는 특별히 중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출자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투자금 운용 차원에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6000억원 가량을 출자했기에, 조단위에 이르는 고려아연의 현금 여력을 감안하면 무리한 출자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고려아연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382억원으로,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기관 예치금과 단기 투자자산을 더하면 2조 1277억원에 이른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상법상 (펀드 출자는) 이사회 결의 사항이 아니다. (출자 과정도) 전혀 저촉될 게 없는 투자였다”며 “매년 벌어들인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유형자산 설비 투자액을 제외한 잉여 현금 흐름은 5000억 안팎이다. 이중에서 900억~1000억원을 펀드에 출자하는 건 그리 예민한 숫자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