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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쉼터를 운영하는 국내 시중은행 지점 규모는 전국 기준으로 3650곳이다. 무더위 쉼터는 불볕더위 취약계층을 비롯해 일반 시민이 쉬어갈 수 있도록 냉방시설을 갖춘 공간을 말한다. 통상 은행의 쉼터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거리두기가 일상이던 코로나19 시절, 잠시 주춤했던 은행들의 쉼터 활동은 지난해부터 다시 활발해졌다. 신한은행은 올해 서울시와 ‘기후동행쉼터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시민의 여름나기를 돕기로 했고 KB금융은 올해부터 KB국민은행 지점뿐 아니라 증권(63곳)·KB손해보험(7곳)·KB저축은행(3곳)의 영업점과 고객센터에서도 무더위 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은행 9To6 뱅크는 시민이 쉬어갈 수 있도록 오후 6시까지 공간을 제공한다.
실제 광화문·서대문과 여의도 일대의 은행지점 10여 곳을 방문해보니 은행을 쉼터로 활용하는 이용객은 극히 일부였다. 일단 대다수 은행은 문 앞에 ‘무더위 쉼터’를 운영한다는 공지가 없었다. 모든 지점이 ‘무더위 쉼터 운영 중’이라고 안내한 곳은 국민은행뿐이었다. 광화문역 근처에 있는 A은행 영업점을 방문한 50대 고객은 “더워서 은행으로 잠시 들어왔는데 안으로 들어가긴 부담스러워 ATM이 있는 곳에서 쉬고 있다”며 “표시를 안 해두니 쉼터가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고객뿐 아니라 은행 관계자 중 일부는 쉼터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고객이 은행을 방문할 때 “어떤 업무로 방문했는지”를 묻는 청원경찰은 시민에겐 은행의 얼굴로 통한다. 서울 중구에 있는 B은행의 한 청원경찰은 ‘무더위 쉼터에 왔다’는 기자의 말에 “코로나19 전에는 쉼터를 운영했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여의도에 있는 C은행의 관계자도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잠시 확인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물론 무더위 쉼터가 잘 자리잡힌 지점도 있었다. 서대문역 근처에 있는 하나은행 한 지점에 방문하니 ‘무더위 쉼터 공간’을 따로 안내했다. 구분된 공간에 생수가 놓여 있었고 “땀을 충분히 식히고 가시라”며 “와이파이도 사용할 수 있으니 필요하면 말씀하시라”고 영업점 직원이 설명했다.
은행들은 지점 직원이 ‘무더위 쉼터’ 내용을 인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쉼터 운영 한 달 전부터 직원들에게 공지를 통해 관련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며 “시민 접근성이 높은 은행이 쉼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