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반도체 시황 고점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수요가 견조하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아울러 경쟁사와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3조 6716억원, 영업이익 12조 5667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20.21%, 54.26% 늘어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9조 6345억원으로 같은 기간 무려 73.44% 늘었다. 첨단공정이 늘면서 원가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매출액은 지난 1분기 65조 3900억원에 이어 2분기에도 60조원을 넘어섰다. 2분기 기준 매출액 중 가장 크다. 이에 따라 상반기 매출액은 128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 17조 5700억원 이후 11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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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반도체 출하량이 예상치보다 웃돌았고 공급에 비해 수요가 더 많으면서 가격 상승폭도 컸다. 시스템반도체 역시 한파로 가동 중단된 미국 오스틴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하면서 이익이 늘어났다.
구체적으로 D램은 모바일에서 인도·베트남 등 스마트폰 주요 생산국의 코로나19 확산과 부품 공급 부족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해 단기적으로 수요가 줄어든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서버용 D램은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회복하고 CPU(중앙처리장치) 신제품 출시에 따라 서버 고객사들의 신규 수요가 증가했고, 클라우드용 데이터센터들의 수요도 다시 늘어났다.
‘집콕’ 트렌드가 유지되며 PC용 반도체 판매가 양호했고, TV와 셋톱박스 등 소비자용 제품 역시 수요가 견조했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당초 예상보다 빠른 2분기부터 강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서버와 PC용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커지면서 예상치를 웃돈 출하량을 기록했고,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가격이 예상보다 높아진 덕을 봤다”며 “첨단공정 비중 확대로 원가도 절감되면서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가전부문을 제외하고는 신바람 나는 실적은 보이지 않았다.
‘갤럭시 S21’ 조기 출시 효과로 1분기 영업이익 4조 4000억원을 냈던 IT·모바일(IM) 부문은 3조 2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인도·베트남 등지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 감소와 생산 차질 등도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보복 수요 덕분에 가전 부문(CE)의 영업이익은 1조 600억원을 거뒀다. 2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치이며 지난 1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1조원대 영업이익을 이어갔다. 특히 TV 부문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을 확대하며 계절적 비수기를 극복했다. 미니 LED(발광다이오드) 제품인 네오(Neo) QLED TV 등 프리미엄 TV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LCD 가격이 일부 오르면서 디스플레이는 선방했다. 특히나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구매량 미달에 따라 애플의 일회성 보상금(5000억원 추정)을 회수하면서 영업이익 1조 2800억원을 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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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하반기다. 반도체 쏠림현상이 큰 삼성전자로서는 반도체 시황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고점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황은 올 하반기에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시장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신규 CPU 확대 따른 서버 확대와 클라우드 저변 확대, 세트 수요 견조 등 펀더멘털 수요가 튼튼하다”며 시장의 우려를 반박했다.
아울러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분명히 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싱글스택 방식으로 128단을 올리며 업계 최고의 에칭기술을 확보했다”면서 “단수에만 집중하기보다 기술력이 효율성 측면이나 원가 측면에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 것인가에 현재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낸드플래시 기술 핵심은 저장공간을 높게 쌓은 뒤 전류가 흐르는 구멍(hole)을 한번에 뚫는 ‘싱글스택’ 기술이다. 싱글스택은 더블스택보다 회로가 간단해 속도가 빠르고, 생산공정이 간단해 비용이 덜 든다. 최근 미국 마이크론이 176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하면서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에 대한 해명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5개 레이어에 극자외선(EUV)을 적용한 업계 최선단 14나노미터(㎚) D램과 업계 최소 셀 크기의 7세대 176단 V낸드를 선보인다. 176단 V낸드 기술을 적용한 대용량 소비자용 SSD도 하반기에 첫 출시한다. 한 부사장은 “하반기 내놓을 14나노미터 D램은 14나노대에서 구현 가능한 최소 선폭”이라며 “EUV를 D램 공정에 선제적으로 적용한 만큼 장기적인 기술 리더십 유지의 발판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는 평택 S5 라인 공급을 확대하고, 차세대 선단공정의 양산에 들어가 업계 1위인 대만 TSMC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승준 파운드리 사업부 전무는 “3나노미터 GAA 1세대 공정의 경우 주요 고객사가 제품을 설계하고 있다”며 “3나노미터 1·2세대 양산을 통해 공정 개발, 제조, 인프라 역량 혁신으로 삼성의 파운드리 리더십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 전년 대비 20% 이상의 매출 성장과 큰 폭의 실적 상승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