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내달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총파업에 돌입한다. 초·중·고교 급식조리원과 돌봄전담사 등이 조합원 대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총파업 기간 동안 학교 내 급식 대란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 학교비정규직노조 등 조합원 89% 총파업 찬성
공공운수노조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조·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으로 구성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는 19일 전국 조합원 9만 5117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율 78.5%, 찬성률 89.4%로 총파업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사흘간의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정부와 시도교육감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시작한 이래 최장기·최대규모의 파업이 될 전망이다.
연대회의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와 교육감들이 △노동존중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규직 80% 수준의 공정임금제 실시 △최저임금 1만 원 등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교육현장에 뿌리 깊게 박힌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고자 총파업에 나선다”라고 밝혔다. 앞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17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 삭발식을 진행했다.
연대회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60~70%에 불과하다며 이를 80%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 직종의 기본급을 6.24% 인상하고 근속수당과 복리후생비 등에서 정규직과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대회의에 따르면 근무 1년차 기준 학교급식실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경우 방학까지 학교에 나와 일해도 연봉은 2400만원대에 불과하다.
이들은 또 교육공무직법을 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역할과 지위를 보장해 전국적으로 통일된 예산·정원 배정기준을 마련해달라는 뜻에서다. 과거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교원단체·임용고시생들의 반발로 폐기된 바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의 인건비 인상률 등을 고려할 때 노조 측의 요구안은 현실적으로 감당하기가 어려운 수준”이라며 “요구 안 대로 기본급을 6% 이상 올릴 경우 인상률이 공무원 인건비 기본급 인상률인 1.8%의 3배를 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교육청 급식대란 대비 매뉴얼 마련
연대회의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일선 학교의 급식과 돌봄교실 운영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파업이 평일에 이뤄지는 데다 파업 참가자 중 대다수가 학교의 급식조리원과 돌봄전담사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6월에도 전체 초중고교 1만2500여곳 중 25%인 3150곳이 파업에 참가, 1900여곳의 급식이 중단된 바 있다. 파업에 참가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2만 여명에 달했다. 당시 일선 학교들은 빵과 우유, 외부 도시락 등으로 급식을 대체하거나 학생들이 직접 개인 도시락을 싸와야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2017년에 비해 노조 활동이 더 활발해져 파업규모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부당 노동 행위가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급식 대체 방법과 돌봄교실 운영 방안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고 있으며 오는 24일 일선 학교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부터 교육부·시도교육청과 단체교섭을 진행해온 연대회의는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달 31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3차례의 쟁의조정 끝에 이날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중노위가 조정중지를 결정하면서 노조원 50% 이상이 파업에 찬성한 이번 파업은 합법적인 쟁의권에 해당한다는 게 연대회의 측 설명이다. 연대회의 관계자는 “마지막 조정회의에서까지 교육당국은 노조 측 임금교섭요구안에 대해 답변을 거부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면서도 “노조는 총파업 직전까지 교섭타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교섭 내용보다는 교섭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 것이냐를 두고 줄다리기를 해온 탓에 본안에 대한 논의 시간이 짧았다”며 “파업 전까지 교섭을 진행해 상호 입장 차를 줄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