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앞길 깜깜…'바닷속 노다지' 개발 험로

박종오 기자I 2016.01.19 17:52:35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난 18일 오전 정부 세종청사 5동 4층 해양수산부 기자실 앞. 입구 왼편으로 약 2m 높이의 대형 사각 유리관이 설치됐다. 바닷속 광물인 ‘망간단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채광 시스템 모형도였다.

이날 해수부는 브리핑을 열고 심해에 있는 망간단괴를 캐낼 수 있는 독자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연구진이 지난달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이 광물을 선상으로 옮기는 양광 시스템 실증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망간단괴는 수심 5000m 내외 심해저에 주로 분포한 감자 모양 광물이다. 첨단 산업 기초 소재인 니켈과 코발트 등 금속을 함유해 ‘바닷속 검은 노다지’로도 불린다.

이번에 연구진은 망간단괴를 수심 500m에 설치한 중간 저장소에 모았다가 파이프를 통해 배 위로 운반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채광 환경의 5분의 1 규모로 진행한 모의시험이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광물을 캐내는 채광 로봇 실험도 마쳤다. 사실상 망간단괴 채취 기술 전반을 개발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망간단괴 약 5억 6000만t이 잠든 것으로 추정되는 태평양 공해 상 탐사 광구 7만 5000㎢를 확보하고 있다. 인도양 공해 상과 통가·피지 EEZ(배타적 경제 수역) 등에도 또 다른 광물인 열수광상이 있는 탐사 광구 3만 7000㎢를 갖추고 있다. 이날 해수부는 이번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완료할 경우 망간단괴 채취를 통해 연간 2조원 이상의 광물 수입 대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화려한 브리핑 뒤 속사정은 좀 다르다. 해양 자원 개발 사업이 중단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당장 망간단괴 사업 자체가 지난해에 종료됐다. 1994년 1단계 사업 착수 이후 22년간 4단계에 걸친 개발 일정이 모두 끝나서다. 이번 축소 모형 시험 성공 이후 이뤄져야 할 태평양 현지 채광 시험이나 기술 보완 계획도 현재로선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비용 부담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 10억원을 들여 현재 확보한 망간단괴 광구 탐사 권한만 유지할 계획이다. 이 탐사권도 올해 4월 권한이 종료돼 오는 7월 국제해저기구(ISA)가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다른 사업도 사정이 비슷하다. 열수광상 등 해양 자원 기술 개발 사업은 올해로 일몰 기간이 설정돼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연구·개발(R&D) 사업 중간 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지난해 정부 추진 사업에 대한 일몰제를 도입해, 사업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성과도 낮은 사업 33개를 올해와 내년 일몰 사업으로 분류했다. 오는 3월 말 일몰이 최종 결정되면 해당 사업은 기존에 추진하던 과제 외에 새로운 과제를 추진할 수 없다.

한 해양 자원 개발 분야 관계자는 “심해 광물 자원 개발은 장기 탐사와 기술 연구가 필요해 단기간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시장 선점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망간단괴 [사진=해양수산부]
△망간단괴 양광 시스템 성능 시험 개념도 [자료=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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