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전망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는 28일 예정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리라는 게 대세지만, 지난달에 이은 연속 인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애초 38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방향전환)을 결정한 지난달 금통위 직후만 해도 시장은 물론 한은 내부에서도 “연내 추가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미국처럼 빠르게, 큰 폭으로 내리진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일러야 내년 초에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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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컨센서스는 ‘동결’…“환율 빼면 인하 못할 것 없어”
일단 시장 컨센서스는 동결이다. 최근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원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연 3.25% 동결을 예상했다. 이 중 4명은 만장일치 동결을, 나머지 8명은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올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이 동결 전망에 힘을 싣는 이유는 크게 가계부채 확대세로 대변되는 금융안정 위험과 원·달러 환율 두 가지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추석 연휴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으로 9월 5조 3000억원으로 전월대비 줄었으나, 10월엔 6조 6000억원으로 다시 확대했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은행권 가계대출을 줄었지만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늘었다. 기준금리 인하가 자칫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이유는 1400원선을 두고 등락하는 환율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이후 1310원대까지 내렸던 환율은 미 경기 호조에 ‘트럼프 랠리’까지 겹치면서 단숨에 1400원대로 올라섰다. 다음 달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우리가 먼저 금리를 내리긴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다만, 전격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에도 이유는 충분하다. ‘성장’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통해 내수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1% 증가하며 한은과 시장의 전망치(0.5%)를 모두 밑돌았다. 부진한 경제 성적표의 원인으로는 수출 둔화가 지목된데다 ‘트럼프 리스크’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는 전망이 많다.
김지만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두 분기(2~3분기) 연속 부진한 경기 여건으로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며, 이는 금통위원 다수의 스탠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기본 시나리오는 기준금리 동결이지만 환율 부담을 빼고 보면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여건”이라고 봤다.
한 외국계운용사 채권 운용역도 “현재 환율이 금리 인하에 유일한 부담요인인데, 우리나라만 약세인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11월엔 (금리 인하가) 안 되고 1월엔 될 이유가 없다. 인하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차가 걸린다는 점이나, 다음 금통위가 내년 1월16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 직전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달 한은이 선제적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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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벗 결정한 10월보다 어려운 결정”…막판까지 고심할 듯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은 내부에서도 결과를 짐작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 한은 관계자는 “그야말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봐야 할 것 같다”며 “10월 금통위보다 더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시간으로 오는 27일 밤에 발표되는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개인 소비 등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들도 검토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정책을 결정할 때 선호하는 물가지표로, 10월 전망치는 전월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2.3% 상승이다. 연준의 다음 달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는 가운데, PCE 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양상을 보이다면 ‘동결’ 전망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