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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에 접어들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급격히 위축되자 글로벌 기업들은 발 빠르게 감산과 투자 규모 축소를 선언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CAPEX 규모는 전년(19조원) 대비 50% 이상 줄어든 7조원 수준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3분기부터 CAPEX 축소를 공식화한 SK하이닉스는 올해 DDR5·HBM3 등 신제품 양산을 위한 필수 투자와 R&D 및 인프라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올해 CAPEX 규모를 30% 줄이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웨이퍼 팹 장비(WFE) 비용을 전년 대비 50% 이상 감축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 역시 올해 연간 CAPEX를 23억달러(약 2조9000억원)로 집행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밝힌 연간 CAPEX 규모가 27억달러(약 3조4000억원)였던 데다, 이마저도 앞서 공개했던 것보다 줄어든 수치임을 고려하면 투자 규모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CAPEX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삼성전자의 경우 51조원가량을 투입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투자 규모 자체가 유지되더라도 웨이퍼 장비 투입량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규 장비를 들이는 대신 설비를 재배치하고 운영 방식을 최적화하며 반도체 겨울을 나겠단 계획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또 업계에서는 삼성 설비투자 중 R&D 비중이 늘며 양산 능력 자체가 크게 변화하진 않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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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같은 CAPEX 축소 흐름에 대해 “공정 미세화로 단위 비트 출하를 위한 자본 집약도가 높은 현 상황에서는 생산량 증가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량이 줄어든다면 현재 시장에 누적된 메모리 재고를 소모할 수 있어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긍정적이다.
또 지난 2021년부터 각 기업의 CAPEX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나 비용 지출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를 줄여 사업을 효율화하는 것이 낫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비 지출 등이 크게 늘어나는 동시에 생산량 자체도 늘어나면서 사업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2021~2022년 반도체 쪽 설비투자가 1000억달러를 넘기는 등 너무 많았다”며 “캐파가 늘면서 공급 과잉도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를 줄이면 업황이 반등할 여지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