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 자연 소재로 화폭에
군부정권에서 '불온 작가' 낙인 찍히기도
'자연주의 서정시인'이라 불려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민중미술 1세대’로 불리는 강광 화백이 5일 오전 3시께 별세했다. 향년 82세.
| 강광 화백의 생전 모습(사진=가나아트). |
|
1940년 함경남도 북청에서 출생한 고인은 한국전쟁과 월남전, 민주화 운동 등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을 자연이라는 소재로 화폭에 담았다.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입대해 1년 반 동안 월남전에 참전했다. 월남에서 귀국한 후에는 제주 오현중·고교 미술교사로 일하면서 고영훈·강요배·강승일 등 제주지역 작가들을 화단으로 이끌었다.
1982년 군부정권 하에서 김경인, 임옥상, 신경호, 홍성담과 함께 ‘불온 작가’로 낙인찍혀 작품들을 압수당하기도 했다. 제주에서 그는 유신정권 아래 암울한 현실을 고뇌하며 ‘관점’이라는 동인을 조직해 지역 미술운동을 이끌었다. 당시 작가 노트에 “예술가는 한 시대를 고발하고 정화시키는 예언자”라고 썼던 그는 자신의 시대정신을 독창적인 화법으로 표현했다.
1970∼80년대엔 추상과 구상의 경계에서 하늘을 단순한 형태로 표현하며 조형 실험을 이어갔다. 90년대 후반엔 해학적인 호랑이, 패턴화된 꽃과 나무 등 민화적인 요소가 두드러졌다. 이런 화풍으로 빼어난 조형미와 서정성을 보여준 그는 ‘자연주의 서정시인’이라 불렸다.
1982년 인천대 미술학과 교수로 임용되면서 제주를 떠났고, 인천대 부총장과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유족으로 부인 박정혜 씨와 딸 은주·은수 씨, 사위 진은준·바나바나포초스 씨가 있다. 빈소는 인천의료원 장례식장이다. 발인은 8일 오전 6시30분, 장지는 부평승화원이다.
| 강광 화백(사진=연합뉴스). |
|
| 강광 화백의 ‘아름다운 터_ 마을’(사진=가나아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