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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좁히지 못한 간극…소위원회 구성하기로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위는 이날 오후 2022년도 제1차 회의를 열고 수탁자활동 지침에 관한 개정안을 논의했다. 대표소송 개시 결정 주체를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위로 일원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개정안은 지난해 말에도 기금위 논의 테이블에 올랐지만 결론이 나지 못한 사안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지침 개정안을 두고 경영계 반발이 이어졌다. 경영계는 대표소송의 개시를 결정하는 주체가 수탁위로 바뀐다면 국민연금 투자기업 대부분이 ‘소송 사정권’에 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기금위 한 관계자는 “상당수 기업에 소장이 날아올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소송은 투자한 기업의 이사 등이 기업 가치를 떨어트리는 행위를 했음에도 기업이 이에 대한 조처를 하지 않을 때 주주가 문제가 된 이사를 대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국민연금이 지난 2019년 대표소송을 도입하고도 실제 소송엔 나서지 않다가 이번에 지침 개정에 나서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기금위는 ‘소위원회 구성’ 카드를 꺼냈다. 총 20명인 기금위원 가운데 일부로 TF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한 사항은 소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한 후 기금위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쟁점은 △대표소송 결정주체 일원화 △수탁위의 비경영참여 주주제안 확대 △기후변화·산업안전 관련 중점관리사안 신설 △해외주식 차등의결권 관련 등이다.
소위원회 구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위는 지난해에도 논란 안건에 대해서도 소위원회를 구성한 적이 있다. 당시도 김용진 이사장이 위원장을 맡고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추천위원이 동수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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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원회 구성은 ‘양날의 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수 정예 멤버가 비공개 회의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면서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것은 장점이다. 소위원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기금위 관계자는 “기금위에선 큰 담론이 대립하는 반면에 소위원회에선 각자의 소속과 무관하게 실무적인 면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금위와 달리 공식적인 회의록도 남지 않는 만큼 결론이 나기까지의 세세한 과정을 들여다보기는 어렵다. 기금위원 가운데 일부가 소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하기 때문에 소위원회 결론이 기금위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일각에선 기금위에서 소위원회로 논의 주체가 좁아지더라도 결국 핵심은 ‘수탁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라는 설명도 나온다. 소위원회 논의 대상으로 넘어간 쟁점들이 수탁위의 권한 확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경영참여 목적이 아닌 주주제안이 가능한 중점관리사안을 넓히고, 그 기준이 되는 중점관리사안에 환경·사회 요소를 반영하는 것 등이다.
또 다른 기금위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위가 무엇을 하는 곳이고 어떤 것까지 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것”이라며 “수탁위의 존재가 달갑지 않은 경영계와 수탁위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노동계 대립이 계속되는 만큼 비슷한 식의 논란이 앞으로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금위가 이번에도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수탁자지침 개정안은 결국 다음 달 대선 이후 결론이 나게 됐다. 기금위는 지난해 연기금 매도세 논란 당시에도 국내주식 목표비중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리밸런싱 안건을 4월 재보궐 선거 이후로 미뤄 처리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