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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남아 있는 고용보험기금의 적립금은 4조 6566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는 기금 고갈을 우려해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빌려 온 7조 9000억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이를 제외하면 기금 적립금은 현재 약 3조 2000억 적자다. 실업급여가 지출되는 실업급여 계정은 1조 9000억원, 고용유지지원금 등에 활용되는 고용안정·직업능력 계정은 1조 3000억원 적자다.
고용부는 고용보험기금의 재정이 경제 상황과 제도 변화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경기변동 영향에 따라 순환 구조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금이 바닥을 드러내 공자기금으로부터 빚까지 지게 된 상황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이다. 2019년엔 2조 877억원의 적립금이 줄어 역대 최대의 적자 규모를 나타냈다.
고용부는 2019년까지의 기금 재정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보장성 강화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업급여 계정은 구직급여의 상·하한액과 육아휴직 급여의 인상이 영향을 미쳤고 고용안정·직업능력 계정은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청년 대책의 지원 규모가 예상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가 찾아올 거라 예상하지 못한 채 재정 상황이 장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예상했던 게 정부의 착오였다. 김성호 고용부 고용서비스정책관은 “보험료율 인상이 기금 재정 안정화에 이바지할 시간 없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다”며 “보험료율 인상이 2년 정도만 빨랐어도 코로나19에 기금이 대응할 여력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았으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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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적자 상황을 맞은 고용보험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정 건전화 방안을 내달 초 내놓을 예정이다. 고용부는 보험료 인상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5년에서 최대 10년간 이어질 재정 건전화 방안에 근본적인 대책으로 꼽히는 보험료 인상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김 고용서비스정책관은 “기존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기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을 타 회계로 이관하는 등 급격한 기금 지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9년에 1275억원, 지난해엔 2321억원, 올해도 2115억원의 기금 활용 사업을 정리했지만 현재 3조 2000억원에 달하는 적립금 적자 상황을 만회하기란 역부족이다. 정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을 추진하고 있어 보험료율 인상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예술인을 시작으로 지난 7월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고용보험 적용을 받기 시작했다. 고용보험료 납입만 되는 초기에는 재정건전성을 저해하지 않겠지만 해당 종사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본격화하면 재정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또 공자기금에서 빌린 7조 9000억원도 10년 안에 이자와 함께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보험기금 적자 문제는 결국 보험료 인상 말고는 답이 없다”며 “코로나19 사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전 국민 고용보험 등 대규모의 기금 지출이 이어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보험료 인상 이외의 대책은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 정도지만 재정 당국도 고용보험기금 지원만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현재 재정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