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와 트럼프 중 누가 당선이 되든 보호주의가 강화할 것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디리스킹(위험 제거)·수출통제도 예상되는 만큼 새 전략이 중요하다.”(케네스 셰브 예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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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유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 케네스 교수, 더스틴 팅글리 하버드대 교수, 헬렌 밀너 프리스턴대 교수, 스테파니 리카드 런던정경대 교수 등 글로벌 외교·통상·안보전문가 30여 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국 대선 이후 국제질서와 세계경제의 미래’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한국 통상·경제안보 전략을 모색했다.
미국에서만 22명 상당의 교수들이 한국을 찾아 3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결과를 전망하며 향후 변화할 것으로 보이는 세계화 등 미국 통상 정책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국회에선 윤재옥 국회글로벌외교안보포럼 대표의원과 국민의힘 최형두·최은석·유용원 의원과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먼저 프란시스 리 프린스턴대 교수는 “(누가 이기든) 선거가 끝난 후에도 당파적 대치가 지속할 것”이라며 “지지 기반이 협소한 채 정치적으로 취약한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고 정책 입법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놀란 맥카티 프린스턴대 교수도 이번 대선에서 정책 논의가 많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결국 우리나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바이든 관계자들에 (정책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후보는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고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지만 어떤 산업에서 관세를 더 받겠다는 것인지 정책적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지 모두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회를 공략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삼성, SK, 현대차, LG 등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이 IRA(인플레이션감축법)과 칩스법(반도체 및 과학법)에 따라 미국 투자를 진행하는 만큼 산업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의회를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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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이후 세계화, 통상질서의 미래’ 세션에서 사회를 맡은 유 전 본부장은 “이번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자유무역 기조에서 더 자국지향적인 보호주의가 대두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두 후보 간 정치 스타일 차이가 있겠지만 (이들 모두) 무역정책에선 자국 제조업을 더 중시하고 대(對)중국에 대한 강경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향후 통상 환경에 대해 레오 바치니 맥길대 교수는 “두 후보 간 무역정책 차이가 크진 않다”며 한국 등 통상 대상국과의 무역 협력 가능성이 확대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지속하고 있다”며 “보조금 및 수입·수출 제한 조치 등 무역 제한 조치가 강화하고 국가 간 무역 협력도 둔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주요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추가로 체결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대선 이후에도 (미국과의) 무역 협력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해리스가 대통령이 된다면 트럼프보다는 무역 부분에 있어서는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영자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새 경제안보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미국 차기 정부가 누가 되든 간에 가장 중요한 건 자국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당선됐을 경우 외국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긴 하지만 미국도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동맹국과의 분업 체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만의 기술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케네스 교수도 우리나라가 가장 효율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파악해 무역 다변화 등 새로운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우리나라 기업을 대변해 미국 등 글로벌 학자들이 변화하는 무역질서 및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